인도, 상호관세 제동에 협상력 확대…'18%' 합의 재조정 가능성

내달 무역협정 서명 앞두고 방미 일정 연기…마찰 피하며 신중
"러 석유 구매 관세 위협 사라져…유리한 협상 조건 모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회담 중 악수를 하고 있다. 2025.02.14 ⓒ AFP=뉴스1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관세 조치에 제동을 걸면서 인도가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더 유리한 입지를 확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번 대법원 판결로 트럼프의 협상력이 약화됐으며 인도는 더 많은 협상 여지를 갖게 됐다고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이 전했다.

양국은 이달 초 미국이 인도산 제품에 부과하던 관세를 50%에서 18%로 인하하고, 인도는 향후 5년간 5000억 달러(약 724조 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을 구매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잠정 무역협정 프레임워크에 합의했다.

인도 정부는 일단 미국과 체결한 무역 협정을 철회할 계획이 없으며 무역 이익을 유지하는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와의 마찰을 피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다만 당초 예정됐던 협상 대표단의 워싱턴 방문 일정은 대법원 판결 직후 연기했다. 이들은 다음달 1단계 합의안에 서명하고 포괄적 양자 무역 협정에 대한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었다.

니르말라 시타라만 인도 재무장관은 이번 판결에 대해 "아직 논평하기 이르다"며 무역부가 상황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로 인도의 러시아산 석유 구매 관련 미국의 관세 위협이 사라진 만큼 앞으로 인도가 미국과의 무역 합의를 재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이번 무역 합의 전 미국은 인도에 러시아산 석유 구매를 이유로 기존 25%에 더해 50%의 징벌적 관세를 적용했다. 이에 대해 인도는 최근 몇 달 동안 러시아산 석유 구매량을 줄여왔지만 에너지 수요와 시장 상황에 따라 원유를 구매할 권리가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엠케이글로벌금융서비스의 마다비 아로라 이코노미스트는 "인도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 유지를 위해 석유 구매량 감축을 지속할 수도 있지만 큰 양보를 해야 한다는 압박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협상에서 더 유리한 조건을 모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인도가 향후 유사한 법원 판결로 합의가 뒤집히지 않도록 협정에 안전장치를 포함하자고 주장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반면 대법원의 관세 제동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관세를 둘러싼 불확실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무역 합의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IDFC퍼스트뱅크의 가우라 센 굽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관세 부과 권한이 제한되겠지만 불공정 무역 관행 등 다른 법적 근거를 통해 추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예측 가능성 측면에서는 미국과의 합의를 유지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yeh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