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이냐 나냐" 중남미에 양자택일 강요하는 트럼프의 앞날은

매파·고립주의자, 트럼프로 뭉친 키워드 '반중'…'돈로 독트린'의 뼈대
중남미 교역액은 中이 美 압도…"미국이 대안 제시할 수 있나" 회의론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80차 유엔 총회에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왼쪽)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2025.09.23.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남미 국가들을 상대로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식의 압박 외교를 펼치고 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외교 원칙으로 불리는 '돈로 독트린'(Donroe Doctrine)의 핵심으로, 19세기 먼로 독트린을 트럼프식으로 재해석해 서반구에서 미국의 패권을 다시 공고히 하겠다는 선언이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런 강경책 뒤에 트럼프 행정부 외교·안보 참모진을 하나로 묶는 '반중'(反中) 기조가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중국 매파인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과거 미국의 해외 개입을 비판했던 JD 밴스 부통령, 불법 이민 문제에 집중해 온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 중국을 최대 위협으로 간주하는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차관 등은 모두 '서반구에서 중국을 몰아내야 한다'는 목표에 동의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구상은 명확하다. 미국과 인접한 서반구에서 패권을 확고히 다진 뒤 이를 발판 삼아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힘을 투사해 중국과 본격적으로 경쟁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가안보회의(NSC) 비서실장을 지낸 알렉산더 그레이는 "반구를 지배하지 않고서는 (미국) 본토를 방어할 수 없다"며 이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통일된 시각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구상을 실제 행동에 옮긴 사례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체포였다. 또 중국의 '일대일로'에 가장 먼저 참여한 파나마를 위협하고, 중남미 내 중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인 브라질과도 대립각을 세우는 등 중국과 가까운 국가들에 대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구상과 현실의 괴리는 크다고 폴리티코는 지적했다.

2025년 기준 중남미와 중국의 교역액은 5650억 달러(약 817조 원)로 미국(3460억 달러)을 한참 웃돈다.

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일대일로 사업에는 중남미 33개국 중 22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호르헤 헤이네 전 주중 칠레 대사는 "성장 기회는 아시아, 특히 중국에 있는데 중남미 경제 장관들이 왜 이를 외면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트럼프식 '힘의 외교'는 아르헨티나와 칠레 등 일부 우파 정권의 환영을 받고는 있지만 반발도 만만치 않다.

미국 남부사령관의 특별보좌관을 지낸 릴랜드 라자루스는 폴리티코에 "미국의 강압적인 정책은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중남미 국가들을 중국 쪽으로 더 밀어내는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내달 7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중남미 정상들을 만난다.

폴리티코는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대체할 만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실질적인 투자 프로젝트 같은 당근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중남미를 향한 미국의 양자택일 강요가 공허한 메아리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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