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2인조 만능' 특사단, 이란·우크라 협상 하루 두 탕

위트코프·쿠슈너, 17일 제네바서 이란·우크라 연쇄 협상
"의사 혼자 응급환자 2명 돌보는 꼴"

재러드 쿠슈너(왼쪽)와 스티프 위트코프 특사. 2025.07.13 ⓒ AFP=뉴스1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7일(현지시간) 하루 한 도시에서 이란·우크라이나 위기에 관한 연쇄 협상을 실시했다.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와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로 구성된 '2인조 만능 특사단'이 미국의 주요 외교 임무를 모두 짊어진 모습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위트코프 특사와 쿠슈너는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오만 중재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과 3시간 30분에 걸쳐 간접 회담을 진행했다. 이들은 오만 대사관에서 열린 이란과의 협상이 끝나자마자 근처의 인터컨티넨탈 호텔로 이동해 러시아·우크라이나와 6시간 가까이 마라톤협상을 소화했다.

전략 컨설팅 업체 글로벌시추에이션룸(GSR)의 브렛 브루엔 대표는 "같은 장소에서 한날 두 가지 문제를 다루는 것은 별로 합리적이지 않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의 까다롭고 세밀한 작업보다 양적인 측면에 더 집중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17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국-이란 간 핵 협상을 앞두고 미국의 스티브 위트코프 트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규너가 사이드 바드르 빈 하마다 알 부사이디 오만 외무장관과 회담하고 있다. 2026.02.17. ⓒ 로이터=뉴스1

이란은 미국의 군사행동 위협 속에 이달 들어 8개월 만에 미국과의 핵 협상을 재개했다. 양측 모두 대화에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지만, 이란 핵·미사일 프로그램 문제를 둘러싼 뚜렷한 돌파구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2022년 2월 개전 이후 처음으로 지난달부터 미국 중재 하의 3자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쪽 역시 종전을 위한 마지막 난제인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영토 이양 여부를 놓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동국 관계자는 미국 특사단의 제네바 외교를 놓고 "의사 한 명이 위급한 환자 2명을 돌봐야 하는 응급실 같은 상황"이라며 "두 환자 모두에게 지속적 관심을 기울일 수 없어 실패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처럼 부동산 사업가 출신인 위트코프와 쿠슈너는 외교 경력이 전무하지만, 오직 트럼프의 신뢰 하나로 미국의 국제분쟁 해결사로 등극했다. 트럼프의 오랜 친구인 위트코프는 온갖 갈등의 중재자로 나서 오죽하면 '만능 특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17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미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간 3자 회담 회의장에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와 재러드 쿠슈너가 이끄는 미국 대표단이 착석해 있다.(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 사진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02.17. ⓒ 로이터=뉴스1

위트코프와 쿠슈너는 작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가자지구 휴전을 끌어내는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러시아와 이란의 잔뼈 굵은 협상가들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노벨평화상을 노리며 수많은 국제 갈등의 '피스메이커'(평화 중재자)를 자처해 왔다. 외교가에서는 그렇다 해도 이란 핵과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역대급 분쟁을 하루 한 곳에서 협상하는 것은 무리수였다는 시각이 많다.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사령탑인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날 제네바 회담에 모두 불참했다. 카네기 중동센터의 모하나드 하지-알리 연구원은 "위트코프와 쿠슈너에게 전 세계 모든 문제를 해결하라는 임무를 맡긴 것은 솔직히 말해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ez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