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최고 법률책임자, 엡스타인 파일 공개 이후 사임

체포 뒤에도 관계 유지…체포 당일 전화 통화하고 고가 선물도 받아

미국의 억만장자 금융인 제프리 엡스타인이 2017년 3월 28일(현지시간) 뉴욕주 형사사법서비스 부서 성범죄자 등록을 위해 찍은 사진. 2017.03.28.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골드만삭스의 총괄 법률고문인 캐서린 루믈러(54)가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2019년까지 가까운 인연을 이어 왔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직을 내려놓는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루믈러가 6월 30일 자로 사임한다고 밝혔다.

루믈러는 엔론의 대규모 회계 부정 파문 당시 경영진 수사와 재판을 담당한 검사 중 한 명이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 법률고문을 역임하기도 했다. 한때는 미국 법무장관 후보로도 거론될 정도로 화려한 법조 이력을 자랑했다.

이후 월가로 자리를 옮긴 루믈러는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인 데이비드 솔로몬의 핵심 자문으로 활동해 왔다.

그러나 최근 몇 달간 미 의회와 법무부가 공개한 엡스타인 파일을 통해 루믈러와 엡스타인이 어떤 관계였는지가 드러나면서 내부의 우려가 커졌다.

문서에 따르면 엡스타인은 유언장에서 루믈라를 예비 유언집행자로 지정했고, 체포당한 당일 루믈러에게 전화를 걸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깎아내리고 과체중을 조롱하는 등 친근한 내용의 이메일도 수없이 주고받았고, 엡스타인이 루믈러에게 고가의 선물을 주기도 했다.

선물은 꽃과 와인부터 에르메스 가방, 1만 달러(약 1400만 원) 상당의 버그도프 굿맨 백화점 상품권, 스파 이용권, 애플워치 등 다양했다.

또 일부 문서에는 2019년 체포 몇 달 전 루믈러가 2008년 미성년자 성 착취 혐의에 대한 '봐주기식' 불기소 합의 비판에 어떻게 대응할지 엡스타인에게 조언한 내용이 담겼다.

루믈러는 엡스타인과 일로 만난 사이였고 같은 고객들을 두었을 뿐, 그를 대리하거나 옹호하지 않았으며 범죄 행위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골드만삭스와 솔로몬 역시 루믈러의 편에서 그를 지지하는 입장을 유지했으나, 루믈러는 이날 솔로몬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솔로몬은 성명을 통해 "재임 기간 내내 캐시는 뛰어난 총괄 법률고문이었고 회사의 중요한 법률문제 전반에서 기여와 조언에 감사한다"며 "해당 분야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으로 많은 직원의 멘토이자 친구였다"고 밝혔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