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온실가스=위험물질' 판단 폐기…美기후규제 정책 종언
자동차 등 탄소 규제 해제…트럼프 "규제비용 사라져 車가격 하락"
탈탄소·에너지전환 역행에 장기적 자충수 비판…환경단체 줄소송 예고
- 양은하 기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온실가스가 위해하다는 연방정부의 공식 판단인 '위해성 판단' 규정을 폐기하면서 이산화탄소(CO₂)와 메탄 등 온실가스에 대한 연방정부의 규제 권한을 크게 약화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와 트럭에 적용돼 온 연방 온실가스 배출 상한 기준이 사라지면 소비자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세계 탈탄소와 에너지 전환 흐름에 역행하는 이번 조치가 더 큰 경제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비판과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리 젤딘 환경보호청(EPA) 청장과 함께 "EPA와 방금 완료한 절차에 따라 우리는 소위 '위해성 판단'을 공식적으로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를 "오바마 시대의 재앙적 정책"이라고 규정하며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규제 완화 조치"라고 주장했다.
EPA는 지난 2009년 오바마 행정부 당시 6가지 온실가스 배출이 국민의 건강과 복지를 위협한다는 '위해성 판단'을 내렸다. 이는 1963년 제정된 청정대기법에 따라 연방정부가 자동차, 발전소, 석유·가스 시설 등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규제하는 근간이 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 판단이 "미국 자동차 산업을 심각하게 훼손했고, 소비자 가격을 대규모로 끌어올렸다"고 비판했다. 또 "이 결정은 사실에 전혀 근거가 없고 법적으로도 아무런 기반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번 조치로 미국은 온실가스에 대한 각종 규제 의무를 해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 공장, 발전소 관련 제재가 대대적으로 완화될 전망이다. EPA통계에 따르면 운송과 발전 부문이 미국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당장 2012~2027년 및 그 이후의 차량 모델과 엔진에 부과된 연방 온실가스 배출 상한 규제가 사라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통해 "1조 3000억 달러(약 1870조 원)가 넘는 규제 비용이 사라지고 자동차 가격이 극적으로 하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규제가 해제되면 신차 한 대당 평균 2400달러(약 345만 원)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이번 발표를 두고 미국 내부에서는 '시대 흐름을 역행하는 조치'라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는 화석 연료에서 태양열, 풍력 및 기타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막기 위해 수년간 벌여온 싸움에 결정적인 타격을 가한 것"이라고 논평했다.
특히 세계적 추세인 전기차로의 전환이 크게 뒤처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거대 자동차 및 석유 회사들이 단기적인 이익을 챙기는 동안 미국은 장기적인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로 30년간 미국 온실가스 배출이 약 10% 늘고, 조기 사망자 5만 8000명이 증가하고 수천만 건의 천식 발작을 초래할 것이라는 비영리 환경단체의 전망도 나왔다.
환경단체들은 즉각 반발하며 소송 방침을 밝혔다. 환경단체 어스저스티스의 애비 딜런 회장은 성명에서 이는 "폭염, 산불, 홍수, 폭풍으로 막대한 피해를 겪고 있는 수백만 미국인들에게 모욕적 처사"라며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법정 다툼"을 예고했다.
만약 이번 조치가 법원에서 유지될 경우 차기 행정부가 온실가스 위해성 판단을 되살리려면 규칙 제정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해 복원까지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재임 시절 EPA 대기국장을 역임했던 제프 홈스테드는 "만약 그들이 위해성 판단을 철회하기 위해 제시한 법적 논리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진다면 미래의 어떤 EPA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규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에 말했다.
yeh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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