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戰이 만든 '의지의 연합', 美 없는 서구 동맹 발판되나

유럽, 그린란드 사태로 나토 균열 돌이킬 수 없다 평가
유럽 재무장에 佛 핵우산 공유 논의…우크라 실전 역량도 확보

(왼쪽부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작년 12월 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회담을 가진 뒤 영국 총리관저 다우닝가 10번지 문 앞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5.12.08. ⓒ AFP=뉴스1 ⓒ News1 이정환 기자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형성된 국제 협의체 '의지의 연합'(coalition of the willing)이 미국 없는 서구 동맹의 발판으로 떠오르고 있다.

22일(현지시간) 폴리티코·이탈리아 매체 코리에레 델라 세라 등에 따르면 미국의 그린란드 병합 시도를 계기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존립이 흔들리자, 의지의 연합이 미국을 제외한 새로운 동맹의 기틀로 주목받고 있다.

의지의 연합은 우크라이나 평화 유지와 전후 재건을 위한 국제 협의체다. 영국과 프랑스 주도로 작년 중순 시동을 걸었고 유럽국들 위주로 35개국이 참여한다. 참가국들은 국가 안보 보좌관급에서 정기적으로 공식·비공식적 소통을 한다.

특히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핀란드·유럽연합(EU) 정상들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미국 백악관 확대회의 이후 '워싱턴 그룹'이라고 불리는 채팅방을 따로 만들어 긴밀한 연락을 유지해 왔다.

이들 7인의 정상에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폭주할 때마다 연락을 주고받고 대응 전략을 논의하는 일은 일상이 됐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의지의 연합은 우크라이나를 위해 만들어졌지만, 덕분에 각국 정상들이 신뢰를 쌓고 협력하며 긴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25년 8월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오벌오피스(미 대통령 집무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긱구(NATO, 나토) 사무총장이 회담하고 있다. (백악관 공식 사진, 다니엘 토록 촬영, 재판매 및 DB금지) ⓒ News1 류정민 특파원

유럽은 이미 '유럽 재무장' (Europe ReArm) 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독자적 방위 역량 강화를 추진 중이다. EU 27개 회원국끼리의 '유럽군' 창설까지 논의 선상에 올랐다.

유럽 방위를 위해 프랑스의 핵 억지력을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유럽의 핵보유국은 프랑스와 영국 둘 뿐이다. 라르스 클링바일 독일 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그린란드 사태 이후 "프랑스의 핵우산에 대한 전략 대화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유럽으로선 우크라이나가 의지의 연합에 함께한다는 점도 이득이다. 우크라이나는 4년째 러시아의 침공을 막아내며 드론(무인기) 기술과 방위 역량을 대폭 강화했고 다양한 현대전 실전 경험을 확보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21일 '그린란드 프레임워크'(framework·합의 틀)을 마련하며 긴장이 누그러지긴 했지만 80년 역사의 나토는 이미 균열이 돌이킬 수 없다는 평가가 많다.

리처드 시레프 전 나토 유럽 부사령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의 영토에 직접적 위협을 가하면서 나토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지점에 도달했다"며 미국을 제외한 국가들의 단결과 국방력 강화가 긴요하다고 말했다.

ez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