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美주주 "친중 李대통령의 전례없는 공격…네이버·알리엔 특혜"
美투자사 2곳, 무역법 301조 근거 USTR에 '美기업 쿠팡 핍박' 청원서 제출
韓정부엔 ISDS 중재의향까지…"李대통령, 여러차례 반미·반쿠팡 발언" 주장
- 류정민 특파원
(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쿠팡의 미국 투자사들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을 문제삼아 미국 정부의 직접 개입을 요청하고 나섰다. 미 정부가 이같은 요청을 받아들일 경우 쿠팡 사태는 한미 간 통상 분쟁으로까지 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들은 이재명 대통령은 물론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까지 '친중·반미'로 몰아 이번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한미 동맹을 흔드는 정치적 사안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미국의 쿠팡 투자사인 그린옥스와 알티미터는 22일(현지시간) 한국 정부가 쿠팡에 대해 차별 대우를 하고 있다며 무역법 301조에 의거, 한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 부과와 시장 접근 제한을 요청하는 청원을 제출했다.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근거로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 신청을 제기하겠다는 의향서를 이재명 대통령과 정홍식 법무부 국제법무국장을 수신인으로 명시해 공식 통지했다.
이들은 한국 정부가 차별적 조치를 중단하지 않을 경우 수십억 달러 소송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위협, 한미 간 통상 마찰은 물론 양국 관계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투자사들은 보도자료에서 "이번 조치는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 쿠팡에 대해 전례 없는 공격을 가한 데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국 정부의 쿠팡에 대한 조치는 한국 시장에서 국내 기업 및 중국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혁신적인 미국 경쟁업체를 표적으로 삼아 무력화하고 파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라고 했다.
아울러 "더불어민주당의 고위 관계자들이 한국 여론을 선동하고, 쿠팡을 제거해 국내 및 중국 경쟁업체에 이익을 주려는 시도를 정당화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또 방미 중인 김민석 국무총리에 대해 "김 총리는 규제 당국에 쿠팡의 데이터 유출 사건에 대한 단속을 '마피아를 소탕하는 것과 같은 결의로 접근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면서 대표적인 쿠팡에 대한 위협 사례로 제시했다.
그린옥스와 알티미터는 청원서와 중재의향서에서 자신들을 2021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쿠팡을 비롯해 미국 전자상거래 기업에 장기적으로 투자해온 기업으로 소개했다.
기업 인수형 사모펀드가 아니라, 미국 기술기업에 장기간 자본을 투입해 온 미국 투자자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미국 기업들이 보유한 쿠팡 지분 가치는 15억 달러(약 2조 2000억 원)를 넘는다고 밝혔다.
그린옥스와 그 창립자(파트너)인 닐 메타는 쿠팡 모회사인 쿠팡아이앤씨(쿠팡Inc)의 2021년 뉴욕증시 상장 당시 주요 주주로 참여했으며, 메타는 쿠팡Inc 이사회에서 수석사외이사로 활동해 왔다.
청원서와 의향서 원문은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포함해 한국 정부 및 여당의 발언과 조치를 보다 상세히 나열한다.
이들은 청원서에서 "2025년 12월 11일 이 대통령은 한국에 집단소송제도를 도입해 '기업이 국민에게 피해를 줄 경우 도산할 것을 두려워할 만큼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의 이번 캠페인의 목표는 명확하다. 바로 쿠팡의 한국 내 사업 운영을 중단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구체적 증거 없이 3370만 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미온적으로 대처한 쿠팡에 대한 정부 측 대응,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태도로 일관한 김범석 쿠팡아이앤씨 의장에 대한 비판적 발언을 지나치게 확대해 해석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국 무역법 301조는 외국 정부의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치가 미국 상거래를 제한한다고 판단될 경우 관세 부과 등 보복 조치를 허용하고 있다. 이해관계자 누구나 조사를 청원할 수 있고, 청원이 접수되면 45일 내로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이에 따라 USTR이 조사에 착수할 경우, 쿠팡 사안을 둘러싼 논의가 양국 간 통상 현안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 이들은 청원서를 통해 요청하는 구제조치로, 공식 조사 개시와 함께, 조사결과에 따른 한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 부과와 한국 서비스 산업의 미국 시장 접근 제한 등을 요청했다. 조사 개시 자체가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는만큼, 한국 정부로 최대한 이른 시일 내 미국 정부 설득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쿠팡 사태의 본질은 대규모 정보유출 사건"이라면서 통상과는 분리해 대응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혀왔지만, 미국 측의 결정에 따라 이같은 방침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통상업계에서는 301조와 ISDS가 동시에 제기된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ISDS가 사후적 손해배상 수단이라면, 301조는 즉각적인 통상 압박 수단이어서, 향후 미 행정부가 쿠팡과 투자사들을 적극 옹호하고 나설 경우 한국은 더욱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할 수 있다.
특히 중재의향서 통지문은 이재명 정부에 대한 억지성 주장들이 다수 포함되며 한미 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이들은 이 대통령과 이재명 정부 및 민주당을 친중·반미로 규정하는 등 왜곡된 인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통지문에서 이 대통령에 대해 "한국의 경제·정치·군사적 방향을 동맹국인 미국에서 멀어지게 하고, 공격적으로 지역 패권을 추구하는 중국 쪽으로 돌릴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지지층에서도 논란이 있는 인물"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 취임 후 행보를 보면 이러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며 "이 대통령이 미국에 적대적이고 쿠팡에 대해 적대적인 발언을 여러 차례 해왔다. 이러한 발언은 더불어민주당의 점증하는 반미·친중 성향과도 맥을 같이 한다"고 밝혔다.
중국을 가장 중대한 도전으로 여기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심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한 주장으로 보인다. 이같은 주장을 미국 행정부가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지만, 사실 관계를 지나치게 왜곡한 측면이 적지 않다는 점을 한국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다.
또한 쿠팡에 대한 공격이 "한국 정부가 한국 및 중국 경쟁사 이익을 위해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전례 없는 공격을 가한 것"이라며 "이는 미국 투자자들이 베네수엘라나 러시아와 같은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예상할 수 있는 행태이지 민주국가이자 핵심 동맹국인 한국에서 예상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쿠팡을 탄압하는 한국 정부가 특혜를 주고 있다고 주장한 쿠팡의 국내 경쟁업체로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을 특정해 언급했다.
이들은 "한국 공정위는 쿠팡에 검색 알고리즘을 문제 삼아 유통업계 최대 과징금을 부과하고 형사 고발하면서도 비슷한 혐의의 네이버는 과징금만 부과하고 형사 고발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하정우 청와대 AI 수석 등 네이버 출신 인사의 고위 공직 임명까지 언급하며 "쿠팡 경쟁사와 상당한 관련이 있는 인물들"이라고 지적했다.
카카오를 모회사로 둔 카카오페이의 고객정보 알리페이 싱가포르 전송 사건을 들어 "쿠팡 사건보다 중대하고 피해가 컸지만 정부는 1500만 달러의 소액 과징금만을 부과했다"며 "한국 정부의 쿠팡 대응이 얼마나 징벌적이고 차별적인지 증명한다"고 주장했다.
쿠팡의 중국 경쟁사로는 알리익스프레스를 들고, 한국 정부가 지난해 알리익스프레스의 민감 정보 유출에 따른 600만 달러 상당 탈취 사건에 대해 재발 방지를 요청하는 데 그쳤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증거들에 비춰, 한국 정부는 미국 기업들에 대한 기준과 달리 경쟁 관계인 한국·중국 기업들에는 다른 기준을 불법적으로 적용하고 있음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더구나 이같은 ISDS 의향서는 FTA를 근거로 하고 있는데, 한미 FTA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상호관세를 부과하고,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 약속까지 받아낸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했던 한국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들은 이번 통지가 협정에 따른 중재 개시 전 공식 통지이며, 한국 정부가 차별적 조치를 중단하고 정상적 영업 활동 회복과 향후 동일한 행위를 반복하지 않을 것을 보장하지 않는 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중재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국제투자분쟁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법률적 쟁점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정부가 실제 조사에 착수할 경우, 통상·외교 라인까지 확전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 정부의 대응 수위와 메시지 관리가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쿠팡과 관련해 "글로벌 기업이든지 국내 소규모 기업이든지 법과 원칙에 따라서 상식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ryupd0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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