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트럼프 2기 1년…'韓 핵잠 성공'이 던진 안보과제

류정민 특파원 ⓒ News1
류정민 특파원 ⓒ News1

(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지도 어느덧 1년이 되어간다.

작년 4월 상호관세 발표를 비롯해 8월과 10월의 두 차례의 정상회담 등 한미 간에도 굵직한 이벤트가 끊이지 않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는 작년 10월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핵추진 잠수함 보유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장면이다.

당시 한미 간 무역 합의 문서화 협상도 채 매듭짓지 못했던 상황에서 미국이 값비싼 안보청구서마저 들이미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있었는데, 이 대통령이 핵추진 잠수함 보유 추진과 관련해 미국 측의 협조를 요청하며 오히려 숙제를 안기는 모습이 연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하루 만에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승인을 알렸다.

이후 워싱턴DC 조야에서는 핵잠이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와는 거리가 멀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미 백악관은 통상 주요국과의 회담 후 늦어도 수일 내에 팩트시트를 발표하지만, 한미 간 팩트시트 발표에는 보름 이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핵잠 보유가 한국군의 숙원 사업이라는 것을 미국 측도 인지하고는 있었지만, 당시 정상회담에서 공개적으로 언급되고, 더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 만에 이를 승인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팩트시트에 담을 내용을 두고 관련 부처 간 조율에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는 말들이 나왔다.

되짚어보건대 핵잠 보유는 안보에 있어 한국의 역할을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확대하고 자국 부담을 낮추길 원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에 정확히 부합하는 사안이다.

당시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디젤 잠수함이 잠항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북한이나 중국 잠수함들 추적 활동에 제한이 있다"고 설명했는데, 이는 미국이 원하는 한국의 역할 확대에 있어 핵잠이 반드시 필요한 사안임을 절묘하게 피력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산 핵잠이 현실화하려면 향후 한국의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과정과 관련한 미국과의 후속 작업이 뒤따라야 하지만, 양국 정상 간 협력 의지가 워낙 확고하다는 게 양국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트럼프 행정부의 메시지는 명료하다. 동맹의 역량과 역할 확대다. 실제 지난해 11월 트럼프 백악관이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은 한국, 일본 등이 적대 세력 억제를 위한 새로운 역량 확보에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NSS에 이어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트럼프 2기 행정부 국가방위전략(NDS) 역시 중국, 러시아, 북한 등 적대국 견제를 위한 동맹의 역할 확대와 관련한 보다 구체적인 사항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NSS가 전략의 방향성을 제시했다면, NDS는 병력·전력 배치·무기운용 지침을 담는 구체적인 군사 실행 문서로, 핵잠뿐만 아니라 여러 방산 분야에 있어 협력의 후속 기회들이 될 수 있다.

이런 정책 흐름이 한국 방산에는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협력 사례를 더욱 많이 만들 필요가 있다는 점은 자명하다.

작년 10월 미국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은 '미국의 국방 우선순위-한국과의 동맹'이라는 보고서를 공개한 바 있는데, 보고서는 정밀유도 무기 공동생산을 미국 측에 제안해 볼 만하다고 한국 정책 입안자에 제언하는 등 미국도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유사 상황이 발생할 경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정밀 유도 무기의 부족이 미국 내에서 널리 인식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한국의 방산 기술력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세계 최강 미국과의 기술격차는 분명 존재한다. 방산뿐만 아니라 어떤 산업분야든 끊임없는 기술 혁신을 통한 성능 향상은 '롱런'을 위한 필수 과제이기도 하다. 더구나 방산 역량은 안보와도 직결된다.

동맹이란 서로의 필요를 이해하면서도, 각자의 전략적 목표를 맞춰가는 긴 여정이다. 핵잠 사례처럼 중요한 건 한국이 동맹의 틀 안에서 무엇을 요구하고, 어떤 전략으로 협상해 지속해서 발전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ryupd0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