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본부장 "美 엔비디아칩 포고문 韓영향 파악차 귀국 미뤄"(종합)

美, 중국에 H200 수출 허용하며 '25% 관세' 부과…韓수출시에도 영향 가능성
여한구 "韓업계와 영향 분석"…쿠팡 사태엔 "본질은 프라이버시 침해, 통상·외교 이슈 안돼"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유니온스테이션역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방미 성과에 대해 밝히고 있다. ⓒ News1 류정민 특파원

(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본부장은 1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엔비디아 등의 인공지능(AI) 반도체칩에 대한 25%의 관세 포고문에 서명함에 따라 한국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귀국을 미뤘다고 밝혔다.

여 본부장은 이날 워싱턴DC 유니온스테이션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미 행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부과하기로 한 AI 반도체 관세와 관련, "오늘 미팅이 끝나고 나오니 반도체와 핵심 광물 관련해서 새롭게 발표가 됐는데, 오늘 밤 비행기를 타려다가 하루 더 머물면서 진상 파악을 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포고문은 엔비디아의 H200과 AMD의 MI325X 등 특정 고성능 컴퓨팅 반도체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토록 하고 있다.

미 행정부는 엔비디아가 대만 TSMC를 통해 생산한 AI 반도체 H200을 중국에 판매하는 것을 허용하는 조건으로 이번 관세를 내걸었다.

H200 칩은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25%의 판매 수익 징수를 조건으로 중국 수출을 허용한 구형 칩으로 최신 블랙웰 제품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기존의 중국 수출 전용 칩인 H20보다는 성능이 훨씬 뛰어나다.

이에 따라 대만에서 생산된 칩이 미국을 경유해 중국 등 최종 목적지로 향할 때 25% 관세가 징수된다. 통상적으로 관세는 미국으로 수입될 때 부과되기 때문에 최종 목적지가 중국이 아닌 모든 국가에 수출되는 H200 칩이 25% 관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미 상무부는 관세 발표 하루 전인 13일 H200 반도체의 중국 수출에 허용한 허가 기준을 완화하는 조처를 연방 관보에 게재하며 사전 작업을 마쳤다.

이에 따라 15일 오전 0시 1분, 한국시간으로는 15일 오후 2시 1분부터 소비를 위해 반입되거나 반출되는 해당 품목에 관세가 부과된다.

여 본부장은 이번 관세가 한국 산업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아직은 좀 면밀하게 지켜보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에 섣불리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면서 "현재 (한국의) 본부 및 업계와 협업하며 분석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11일 방미한 여 본부장은 당초 이날 워싱턴DC에서 뉴욕으로 이동해 밤 비행기로 한국으로 향할 예정이었다.

여 본부장은 이번 방미 성과와 관련해서는 "한미가 관세 협상에 합의한 후 (관련한 부처 고위급에서는) 처음으로 방미하는 것으로 미국 정부, 의회, 업계 전반적으로 굉장히 폭넓게 만났다"면서 "한국의 제조업, 그리고 투자 협력에 대한 기대가 굉장히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 정부의 디지털 규제 입법, 그리고 미국 정부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따라 부과한 상호관세의 미 연방 대법 판결 결과 영향에 대해서는 "세밀하게 잘 대응해야 하겠다고 느꼈다"라고 말했다.

여 본부장은 "한국의 디지털 입법과 관련해 한국 정부의 고위급 인사가 처음 와서 미국 의회나 업계에 직접 설명했고, 소통 강화와 미국 측에서 이해할 수 있었던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많은 분이 설명을 해준 부분에 대해 사의를 표명했다"라고 설명했다.

연방 대법의 관세 판결을 미 행정부와 조야에서 어떻게 예측하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많은 전문가를 만나 분위기를 파악했는데, 지금부터는 어느 때든 판결이 나올 수 있고, 결과 예측도 50 대 50으로 갈린다. 그 외에도 여러 예측이 있다"면서 "사실 예단하기 어려운 것 같다"라고 답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오든 지금의 관세 정책을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이라면서 "대법 판결에 따른 환급 부분은 여러 시나리오가 지금 가능한 것 같다. 따라서 예단하지 않고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는 식으로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여 본부장은 "어떤 전문가들은 무효 판결이 나올 것이라고 하고, 어떤 분들은 이는 정부에 반하는 결정이 나오기 어렵다고 보는 등 굉장히 의견이 갈린다"면서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부와 기업의 대응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그는 미 대법이 관세 무효 판결을 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대체로 삼을 수 있는 관세 부과 방안에 대해서는 "무역법 301조와 122조, (관세법) 339조 등 여러 가지 가능한 법적 수단이 있다"면서 "이런 수단을 조합해서 관세 정책의 기조를 그대로 밀고 나가는 방향으로 나오지 않을까 추측한다"라고 밝혔다.

쿠팡 사태와 관련해 미국 측이 '미국 기업을 부당하게 차별한다'라고 보는 견해에 대해서는 "본질은 데이터의 대량 유출로 인한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이며, 이는 미국이든 한국이든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이 부분은 통상이나 외교 문제로 비화할 부분은 전혀 아니라는 점을 명확하게 설명했다"라고 강조했다.

여 본부장은 전날 미국 하원 세입위 무역소위원회에서 의원들이 '마녀사냥'에 비유하며 쿠팡을 엄호한 것과 관련해서는 "사전에 증인 측을 접촉해서 한국 정부의 객관적인 입장을 충분히 설명했다"면서 "하지만 그들은 나름의 목적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어제 청문회를 주재했던 에이드리언 스미스 소위 의장을 오늘 만났고, 굉장히 큰 우려를 또 표명하길래 한국 정부의 입장에서 왜 그렇게 대응할 수밖에 없는지를 설명했다"면서 "미국에서도 3370만 명 규모의 정보 유출이 발생하면 당연히 이렇게 조사와 우려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런 부분은 스미스 의장도 이해했다"라고 설명했다.

여 본부장은 "수백 명의 의원 모두에게 우리가 설명할 순 없어도 상·하원의 핵심적인 의원들과는 계속 우리 관계 부처와 함께 소통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미국 언론 폴리티코와도 인터뷰해 쿠팡 사태의 전모와 한국 정부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 미국 기업을 결코 차별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충분히 설명했다"라고 밝혔다.

여 본부장은 이번 방미 일정을 마친 후 귀국한 뒤에는 오는 19~26일 열리는 다보스포럼 참석을 위해 스위스로 출국할 예정이다.

ryupd0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