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삼킨 시민들의 분노"…47년 이란 신정체제 최대 위기
2주 넘긴 시위, 잦아들 기색 없어…정권 통제력 상당히 약해진 듯
트럼프, 군사적 옵션도 검토…"당장 정권 붕괴 않더라도 종말 단계"
- 최종일 선임기자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환율 급락에 따른 극심한 경제난에서 시작된 이란 반정부 시위가 연일 격화 양상을 보이면서 1979년 팔라비 왕조를 무너뜨린 이슬람 혁명 이후 50년 가까이 이어져온 권위주의적 신정 체제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1일(현지시간) 2022년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가 이슬람 공화국의 종교 지도층을 향해 벌어지고 있다면서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 단체 이란인권(IHR)이 집계한 추정 사망자 수를 공개했다.
IHR은 보안군의 진압으로 18세 미만 시위대 9명을 포함해 최소 192명의 사망을 확인했으며, 실제 사망자 수는 수백 명에서 많게는 2000명을 넘어섰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온라인 뉴스·논평 매체 더 프리 프레스는 최근 "이란 전역을 휩쓸고 있는 시위는 곧 이전 운동을 능가할 수도 있다"며 "억압이 심화되고 사상자가 늘어나면서, 시위는 점차 공개적인 정권교체 요구로 굳어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소개했다.
이란 정권이 이전보다 약화했다는 점은 시위대가 보다 적극적으로 거리로 나서는 배경이 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앨리사 파비아 선임연구원은 영국 시사지 '더 스펙테이터'에 "정권이 과거보다 훨씬 약화한 모습"이라며 △지난해 6월 12일 전쟁에서 이스라엘과 미국으로부터의 패배 △이스라엘 공격으로 인한 역내 대리세력 약화 △니콜라스 마두로 축출에 따른 핵심 동맹 베네수엘라 상실을 언급했다.
스탠퍼드대의 이란계 미국인 역사학자 아바스 밀라니는 워싱턴포스트에 "현시점을 특징짓는 것은 정당성의 깊은 붕괴와 체제 교체에 대한 국민의 요구 증가"라며 "권위주의 체제는 강제만큼이나 두려움에 의존하지만, 이란의 경우 두려움이 눈에 띄게 약화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군사적 선택지를 포함해 다양한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이란 체제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군이 이 사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란에 대해 매우 강력한 조치들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이 평화적인 시위대를 잔혹하게 살해한다면, 미국은 그들을 구하러 나설 것"이라며 "우리는 이미 모든 준비를 마쳤고(Locked and Loaded), 즉각 행동할 태세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백악관에서 외교안보 수뇌부로부터 구체적인 대응 옵션을 보고받을 예정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댄 케인 합참의장이 참석해 제재는 물론 다양한 군사적 선택지를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 군사력을 동원할지는 미지수다. 우선 마가 진영을 비롯해 공화당 내부에서도 해외 군사 개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공화당 소속 랜드 폴 상원의원은 이날 ABC 뉴스 '디스 위크'에 출연해 이란 폭격이 "어떤 나라를 폭격하면 사람들은 자국 중심으로 뭉치는 경향이 있다"며 "정반대의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군사적 개입이 사태의 해결보다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
WP는 "미국의 (군사적) 개입 가능성은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며 "최고 지도자 제거와 같은 전면적 조치는 더 극단적 강경파가 권력을 장악하게 될 수 있는 연쇄적 혼란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전했다.
국제위기그룹의 알리 바에즈는 "미국이 너무 적게 하면 상황을 바꾸기 어렵고, 너무 많이 하면 예측할 수 없는 결과로 모든 것을 망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WP는 이러한 불확실성 때문에, 서방 정부들은 개입보다 외교를 우선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란 정권은 외부 압박과 대규모 내부 시위라는 이중 위협 속에서 더 이상 기존 권위를 유지하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지만, 즉각적인 붕괴보단 내부 권력 투쟁과 장기적 약화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발리 나스르 존스홉킨스대의 교수는 WP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외부 위협과 대규모 내부 봉기를 언급하며 "이슬람 공화국의 완전한 붕괴가 당장 임박한 것은 아니지만, 이란 혁명은 이제 막 종말을 향해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워싱턴 소재 뉴라인전략정책연구소의 캄란 보카리 수석 이사는 포브스 기고문에서 "이란은 이슬람 공화국 수립 이후 가장 중대한 공공 불안 사태를 겪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정권의 제도적 기반이 전례 없는 압박을 받고 있다"며 내부 권력 다툼이 길게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더 프리 프레스는 "이란은 혁명의 고전적 전제 조건을 다수 갖추고 있다. 경제 붕괴, 군사적 굴욕, 정당성 침식, 외부 고립 등"이라면서도 "그러나 결정적 촉매, 즉 조직화한 혁명 지도부는 없다. 체제는 잠재적 지도자를 체계적으로 제거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남은 것은 거리로 나올 수 있는 분노한 시민뿐이며, 이들은 통제권을 잡을 수 없다. 지속적 시위만으로는 체제를 전복할 수 없지만, 엘리트 분열, 치안 세력 이탈, 외부 개입 가능성은 커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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