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문제로 트럼프 눈치"…유럽, 그린란드 대응 '어정쩡'

공개석상에서 美 정면비판 자제…"트럼프 자극 않으려 필사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워싱턴DC '트럼프-케네디 센터'에서 열린 공화당 하원 연례 정책회의에서 연설하기 위해 연단에 오르고 있다. 2026.01.06.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그린란드 편입 의사를 밝히고 있는 가운데 유럽이 미국과의 외교에서 방향을 잡기 어려워하고 있다.

유럽 입장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편입 시도에 불만이 크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확실한 안보 보장과 러시아의 추가 침공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해 미국과 과도하게 부딪치기를 부담스러워서다.

뉴욕타임스(NYT)는 7일(현지시간) 유럽과 전 세계가 '제국주의자 트럼프'라는 현실을 받아들이려 애쓰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유럽의 이같은 고민을 조명했다.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폴란드·스페인·덴마크는 지난 6일 공동 성명을 내고 그린란드와 덴마크에 대한 연대를 표하고, 북극 안보를 위해 나토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러나 성명에는 미국을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표현은 들어가지 않았다.

같은 날 열린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보장 논의에 참석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린란드와 베네수엘라 관련 질문이 나오자 "오늘의 사안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며 답변을 피했다.

이후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TV와의 인터뷰에서도 "미국이 덴마크의 주권을 침해하는 상황은 상상할 수 없다"며 신중한 표현을 썼다.

또한 EU는 그린란드와 덴마크의 영토 보전에 대해서는 지지를 재확인하며 국민들이 직접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행동에 나설 경우 어떤 조치를 취할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NYT는 대부분의 유럽 정상들이 그린란드와 관련해 말을 아끼며 미국에 대한 비판을 피하는 공동 성명만을 내놓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공개적인 자리에서와는 달리 유럽 정상들은 사적인 자리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국주의적 외교 노선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마크 레너드 유럽외교협의회(ECFR) 이사는 "유럽 지도자들은 그린란드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자신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패닉 상태에 빠져 있지만 공개적으로는 우크라이나가 최대 위기에 처한 지금 베네수엘라 문제로 트럼프를 비판하거나 국제법을 들먹여 그를 자극하지 않으려 필사적"이라고 말했다.

독일마셜펀드의 클라우디아 마요르는 "유럽인들이 점차 트럼프가 일부 영역에서 적대적으로 행동하고 있고, 자유주의적 규범 기반 질서가 산산조각 났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며 "그러나 유럽인들은 안보에 대한 의존성 때문에 목소리를 내거나 솔직한 생각을 말할 수 없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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