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서 러 유조선 나포한 美…베네수 놓고 미·러 일촉즉발
美 "베네수엘라 제재 위반"…英 공군·해군 동원해 합동 작전
군함 보낸 러 "명백한 해적 행위"…어뢰 등 군사적 대응도 거론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미국과 영국이 북대서양에서 합동 작전을 통해 러시아 선적 유조선을 나포하면서 베네수엘라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이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7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이번 사건이 단순한 해상 작전을 넘어 국제 제재와 국제 해양법 해석을 둘러싼 강대국 간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유럽사령부는 이날 미 해안경비대와 군 자산을 동원해 아이슬란드와 스코틀랜드 사이 국제 해역에서 유조선 '마리네라'호를 나포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벨라-1'이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진 이 선박은 지난해 12월 21일 카리브해에서 미 해안경비대의 정선 명령을 거부하고 대서양으로 도주했었다. 이후 2주가 넘도록 북대서양에서 숨 막히는 추격전이 벌어졌다.
도주 과정에서 이 선박은 러시아 정부 선박 등록부에 '마리네라'라는 이름으로 등록하고 러시아 국기를 선체에 그려 넣는 등 미국의 나포를 피하려 시도했다. 하지만 미국은 영국 해상초계기와 군함의 지원을 받아 이 선박을 성공적으로 나포했다.
러시아 선적 유조선에 대한 추격 중단을 요구해온 러시아는 강하게 반발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성명을 내고 "1982년 유엔 해양법 협약에 따라 공해상에서는 항행의 자유가 보장되며, 어떤 국가도 타국에 정식 등록된 선박에 무력을 사용할 권리가 없다"고 비판했다.
러시아 정치권에서는 더 격앙된 반응이 나왔다. 알렉세이 주라블료프 국가두마(하원) 국방위원회 제1부의장은 "미국 함선 몇 척을 어뢰로 공격하거나 침몰시키는 군사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핵무기 사용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이번 사건의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베네수엘라 압박 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은 지난 3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군사작전을 통해 전격 체포한 데 이어 그의 정권을 지탱해 온 불법 석유 거래망을 와해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제는 러시아가 중국과 함께 장기간 마두로 정권을 지원해 왔다는 점이다. 두 국가는 국제 제재를 회피하는 '그림자 선단'을 통해 베네수엘라 석유를 거래해 왔다.
특히 러시아는 제재 대상 유조선들을 러시아 선적으로 재등록하며 국가 차원의 보호를 제공해 왔다. 그동안은 제재 회피를 위해 유령회사를 내세웠지만 대놓고 국가가 보호막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이번 유조선 나포로 러시아와 무력 충돌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리처드 블루먼솔 상원의원(민주·코네티컷)은 "이번 나포가 기존에 벌어진 사건을 넘어 더 큰 적대행위로 확대될 가능성을 키울지에 대해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톰 섀넌 전 미 국무부 차관보는 CNN에 출연해 "이 일이 진행되는 방식 자체가 매우 극적이며, (선박) 활동으로 이익을 보는 러시아·중국·이란과 잠재적인 대립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러시아 유조선 나포가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에서 러시아에 대한 압박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민주·델라웨어)은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유조선 나포를 러시아 유조선까지 확대한다면 양당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푸틴의 살인적인 우크라이나 전쟁 기계에 자금이 흘러 들어가는 것을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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