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택시 멈춰서면 '사람 구조대' 출동…"문 닫아주면 20달러"

WP, 사람 손 없으면 무력한 로보택시 조명
전문가 "서비스 확대하려면 비용문제 해결해야"

지난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로스앤젤레스(LA) 도심을 구글의 자율주행 무인택시(로보택시) '웨이모'가 달리는 모습이다. 2024.10.02.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자율주행 로보(무인)택시가 운전자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지만 한편으로 '인간 구조대'라는 새로운 유형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로보택시가 고장 나면 비밀리 인간 구조대가 나선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최근 로보택시 운행이 늘어남에 따라 차량 문 닫기나 견인 등의 업무를 맡는 인력 또한 함께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달 늦은 밤 로스앤젤레스의 거리를 걷던 돈 애드킨스는 "오른쪽 뒷문을 닫아주세요"라는 반복된 소리를 들었다. 그 목소리는 비상등을 켜고 길가에 멈춰 선 재규어 SUV에서 흘러나왔다. 알파벳(구글 모회사)이 운영하는 웨이모 로보택시 중 한대가 고장을 일으킨 것이다.

애드킨스는 그냥 지나치려 했지만 뒤에 있던 차량 운전자가 경적을 울리자 도로로 나가 차량의 뒷문을 밀어 완전히 닫아줬다고 한다.

WP는 애드킨스가 "로보택시의 아킬레스건을 목격했다"며 "로보택시는 운전자가 없어도 도심 도로를 주행하며 택시와 경쟁할 수 있지만 하차 시 사람이 문을 닫지 않으면 멈춰 서게 된다"고 지적했다.

WP에 따르면 웨이모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이처럼 로보택시의 문을 닫아주는 등 도움을 제공한 사람에게 20달러 이상을 지급한다. 요청은 '혼크'라는 앱을 통해 접수한다.

한 견인업체 사장은 혼크를 통해 주 3회 정도 작업을 수행한다고 밝혔다. 주로 로보택시의 문을 닫아주거나 충전소에 제때 도착하지 못해 전원이 꺼진 자율주행 차량을 견인하는 일이다. 로보택시 뒷문에 끼인 안전벨트를 빼낸 적도 있다.

또 다른 견인업체 사장은 차량 문을 닫아주는 데에 약 22~24달러, 견인 서비스 이용 시 60~80달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연료비와 인건비를 고려하면 남는 게 없을 때도 있다고 한다.

지난 20일 샌프란시스코에서 대규모 정전이 발생하자 이러한 문제점이 한꺼번에 폭발했다. 정전으로 심각한 교통 체증이 발생하자 견인 요청을 쇄도했다고 한다. 로보택시가 교차로를 막고 있거나 견인차에 실려 나가는 모습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됐다.

이런 사례는 자동화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그 빈틈을 메우는 인간 노동이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WP는 지적했다.

웨이모가 더 많은 도시로 서비스를 확대할수록 이런 인력 수요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웨이모는 이미 내년에 마이애미와 댈러스, 휴스턴, 샌안토니오, 올랜도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필립 쿠프만 카네기멜런대 명예교수는 차량 문을 닫아주거나 멈춘 차량을 회수하는 일이 "웨이모엔 비용 부담이 큰일"이라며 웨이모가 규모를 키우려면 이러한 사고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버에서 경제 연구 책임자를 지낸 키스 첸 UCLA 행동경제학 교수는 우버와 리프트 운전기사들을 활용해 이러한 고장 난 문을 닫도록 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고 차량 가동 중단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웨이모는 현재 로스앤젤레스에서 중국의 지커가 제작한 미니밴 스타일의 차세대 차량을 시험 운행 중인데 이차의 문은 슬라이드 도어가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는 방식이다.

yeh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