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마두로, 美 군사위협 핑계로 반대세력 탄압 강화"
"야당 정치인 교도소서 이달 사망…10대 청소년 최소 5명 수감"
의회, 유조선 나포 옹호·지원시 최대 20년 징역형 법안 가결
- 김경민 기자
(서울=뉴스1) 김경민 기자 = 베네수엘라 당국이 미국의 위협을 이용해 반대파를 탄압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국제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Human Rights Watch)는 외부와의 접촉이 차단된 채 베네수엘라에 구금된 사례가 9월 기준 19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휴먼 라이츠 워치의 북안데스 지역 연구원인 마르티나 라피도 라고치노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정부는 미국의 압력을 핑계로 군대를 배치하고 반체제 인사를 '반역자'로 낙인찍고 수십 명을 체포했다"고 말했다.
65세 의사 마기 오로스코는 베네수엘라의 정치 위기를 비판하는 왓츠앱 메시지를 공유했다가 반역·증오 선동·음모 혐의로 체포돼 지난달 징역 30년 형을 받았다.
심지어 최소 5명의 10대 청소년 또한 수감 중이다. 16세 가브리엘 호세 로드리게스는 1월 마두로 대통령의 취임식 전날 열이 나서 라라주에 위치한 병원을 방문했다가 갑자기 체포됐다. 당국은 당시 로드리게스가 "말썽꾼처럼 보인다"며 끌고 갔고, 로드리게스는 테러 혐의로 이달 징역 10년 형을 선고받았다.
여기에 베네수엘라 의회는 23일 미국의 베네수엘라 유조선 나포 추진을 "홍보·선동·요청·옹호·촉진·지원·자금 지원 또는 참여"하는 사람에게 최대 20년의 징역형을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탄압은 마두로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대선 이후 시작한 억압 캠페인을 더욱 심화시켰다고 WP는 전했다.
WP를 비롯한 여러 독립 감시 단체는 야당 대선 후보 에드문도 곤살레스가 마두로 대통령을 2배 차로 압승했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마두로 대통령은 자신이 대선에서 3연임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부정선거 의혹으로 베네수엘라에서 거리 시위가 격화되자 당국은 수천 명을 체포했다. 독립적인 교도소 감시 단체 포로 페날(Foro Penal)은 이달 정부가 905명의 정치범을 수감하고 있다고 집계했다.
실제 야당 정치인인 알프레도 디아스 전 누에바에스파르타주 주지사는 지난해 대선에 이의를 제기했다가 테러와 증오 조장 혐의로 구금됐다. 체포 약 1년 만인 이번 달 카라카스에 있는 볼리바르 국가정보원(SEBIN) 본부 엘 헬리코이데 교도소에서 사망했다.
이에 대해 툴레인대학교 사회학자인 데이비드 스밀드는 "군사 작전이라는 매우 현실적인 위협이 있을 때 당연히 그게 핑계로 이용될 수밖에 없다"며 놀라운 상황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앞서 미국은 9월부터 마약 선박 단속을 명분 삼아 카리브해에서 미군 병력을 투입해 마약 밀매 의심 선박을 공격하고, 항공모함 전단을 배치하며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이달 들어선 마두로 정권의 수입원을 차단하기 위해 베네수엘라를 오가는 유조선을 나포하기 시작했다. 미국 해안경비대는 지난 10일과 20일 베네수엘라 인근 해역에서 원유를 실은 2척의 유조선을 나포했다.
km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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