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BS, 트럼프 눈치 봤나…'60분' 이민자 추방 꼭지 돌연 삭제
편집국장 거듭 수정요청 후 방송 3시간 전 이례적 철회
취재 특파원 "정치적 결정으로 삭제돼" 공개 비판
-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미국 CBS뉴스가 간판 뉴스 프로그램 '60분'(Sixty Minutes) 방영 3시간 전 이민자 추방 문제를 다룬 꼭지를 돌연 삭제해 파문이 일고 있다. 해당 꼭지를 취재한 특파원은 정치적 결정으로 삭제된 것이라며 공개 비판했다.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CBS는 이날 방영 예정이던 '60분'의 코너 1개를 방송 3시간 전 갑작스럽게 철회했다.
이 코너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각종 가혹 행위로 악명 높은 엘살바도르의 초대형 고위험 교도소 CECOT(테러리즘 억류 센터)로 추방된 베네수엘라 이민자 남성들의 사연을 다룰 예정이었다.
CBS는 "이 코너는 추후 방송될 예정이며 추가 취재가 필요했다"고 밝혔으나, 이 사안을 취재한 특파원 셰린 알폰시는 동료들에게 보낸 비공개 메모에서 '정치적 이유'라며 삭제 조치를 비판했다.
알폰시는 "우리 기사는 5차례 상영됐고, CBS 변호사들과 '표준·관행 부서'의 승인을 모두 받았다"며 "사실관계는 정확하다, 내 관점에서 보면, 엄격한 내부 검증을 모두 통과한 뒤 지금 이를 철회하는 것은 편집상의 결정이 아니라 정치적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와이스는 지난 19일과 20일 해당 코너와 관련해 '60분' 제작진에게 여러 번 문제를 제기했고, 새로운 자료를 상당 분량 추가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 중 2명은 제작진이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 정책을 설계한 것으로 알려진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 혹은 그에 준하는 고위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추가하도록 요청받았다고 귀띔했다. 이때 와이스는 제작진에게 밀러의 연락처도 공유했다.
또 와이스는 추방된 남성들이 미국에 불법 체류하고 있었다며 '이주민'이라는 표현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알폰시는 메모에서 "백악관과 국무부, 국토안보부에 모두 입장을 요청했다"며 "행정부가 취재에 응하지 않는 것이 기사를 폐기할 정당한 이유가 된다면, 우리는 그들이 불편해하는 어떤 보도에 대해서든 '킬 스위치'를 쥐여 준 꼴이 된다"고 꼬집었다.
또한 "우리는 며칠 동안 이 기사를 소셜미디어에서 홍보해 왔다. 시청자들은 이를 기대하고 있다"며 "신뢰할 만한 설명 없이 방송되지 않는다면, 대중은 이를 기업 검열로 정확히 인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단 한 주의 정치적 평온을 위해 50년간 쌓아온 '업계 최고 기준'(gold standard)의 명성을 맞바꾸고 있다"고 우려했다.
와이스는 자신이 운영하던 독립 매체 '더 프리 프레스'가 CBS 모회사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 소유주 데이비드 앨리슨에게 인수된 뒤인 지난 10월 편집국장으로 임명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CBS의 새 소유주들과 가깝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말하자면, 인수 이후 '60분'은 그 전 어느 때보다도 나를 훨씬 더 나쁘게 대했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적는 등 불만을 드러내 왔다.
엘리슨은 넷플릭스를 제치고 워너 브러더스 디스커버리(WBD) 인수전에서 승기를 거머쥐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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