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악조건에도 석유로 버티는 푸틴…수년간 전쟁 지속 가능"

전문가들 "인프렐 등 관리가능 수준…불리한 조건 합의 거부할 가능성"

지난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촬영해 14일에 공개한 사진에서 한 우크라이나 군인이 도네츠크 지역 코스탸티니우카의 최전선 마을에 있는 파괴된 건물 안뜰의 잔해 사이를 걷고 있다. 2025.10.12. ⓒ AFP=뉴스1 ⓒ News1 이정환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최근 들어 러시아의 경제 위기가 심화하고 있지만 석유 판매 대금 덕분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향후 3~5년은 계속할 수 있는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21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러시아 경제는 올해 인플레이션, 재정적자 확대, 에너지 수익 감소 등 악재에 직면했지만,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에서 불리한 합의에 응할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등은 "경제가 치명적 수준은 아니며 관리 가능한 범위"라고 평가했다. 석유 판매가 이어지는 한 전쟁 자금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CSIS의 러시아·유라시아 담당 선임 연구원인 마리아 스네고바야는 역사적으로 러시아는 경제 침체를 겪을 때 불리한 평화 협정에 동의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재의 경제 상황은 "아직 그 정도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치며, 러시아 경제가 그 수준에 도달하려면 훨씬 더 심각한 압박을 받아야 하고,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보았다.

러시아의 군사비 지출은 급격히 늘어 예산의 40%에 달하며, 세금 인상과 물가 상승으로 사회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법인세·소득세·부가가치세 인상으로 전쟁 비용을 충당했고, 소비자들은 수입품 가격 급등에 직면했다.

그러나 정부 선전과 억압, 그리고 러시아 사회가 오랜 기간 높은 물가에 익숙해진 탓에 대규모 불만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러시아 인플레이션을 7.6%로 전망했다.

전시 경제 속에서 일부 계층은 오히려 혜택을 누리고 있다. 방산업체와 노동자들은 소득이 크게 늘었고, 일부 지역에서는 군인 급여와 가족 보상금 덕분에 경제가 개선됐다. 러시아군은 역사상 가장 높은 급여를 받고 있으며, 전사·부상자 가족에게도 대규모 보상금이 지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체첸전이나 아프간전 당시와 달리 대규모 항의 시위는 발생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불만이 억제되면서 푸틴의 전쟁 지속 결정에 부담이 줄었다"고 분석한다. 전쟁이 끝나 대규모 참전 군인들이 사회로 복귀하면 일자리와 의료 지원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점에서도 전쟁 지속이 이익이다. 이 때문에 푸틴이 평화 협정 체결을 피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국부펀드 고갈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러시아는 국부펀드를 대폭 삭감했는데, 이에 따라 전쟁 이후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 가치가 57% 감소해 사회복지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미국과 영국의 제재로 루코일·로스네프트 등 주요 석유기업의 사업 비용도 급증했다. 러시아는 수출 경로를 소규모 기업으로 우회하고 있지만 이는 막대한 비용을 초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도와 중국에 대한 압박이 강화되고 제재 회피 비용이 늘어날 경우, 크렘린의 전쟁 지속 전략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결국 러시아 경제는 단기적으로는 전쟁 비용을 감당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비용과 제재 회피 비용이 누적되며 균열이 커질 수 있다고 CNN은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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