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시민권 박탈' 혈안…"월 100~200건 찾아라" 지시

USCIS·법무부 "허위기재 등 불법적 취득자 우선 대상"
과거 연간 건수의 10배를 월별 할당…"귀화 시민에 불안 조장"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대국민연설을 하고 있다. 2025.12.17 ⓒ 로이터=뉴스1 ⓒ News1 김경민 기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귀화 미국인의 시민권을 박탈하는 조치를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시민권·이민국(USCIS)은 현장 사무소들에 "2026 회계연도에 매달 100~200건의 시민권 박탈 사건을 이민수송국(OIL)에 제출하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이는 과거와 비교해 이례적인 수준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7년 이후 현재까지 제기된 시민권 박탈 사건은 120건 남짓에 불과하다.

매슈 트라게서 USCIS 대변인은 "불법적으로 시민권을 취득한 사람들"이 우선 대상이라며 "귀화 과정에서 거짓 진술이나 허위 기재를 한 사람들에 대해 시민권 박탈 절차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도 앞서 시민권 박탈을 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름에 배포된 내부 메모에서 법무부는 시민권 취득 사기뿐 아니라, 갱단 조직원, 금융 사기범, 마약 카르텔 연계자, 강력 범죄자 등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지난 6월 "법이 허용하고 증거가 뒷받침되는 모든 사건에서 시민권 박탈 절차를 최대한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NYT는 전했다.

연방법에 따르면 시민권 박탈은 시민권 신청 과정에서 사기를 저질렀거나 극히 제한된 몇 가지 경우에만 가능하다.

이민국이 사건을 법무부에 넘기면 연방 법원을 거쳐 시민권 박탈 여부가 결정된다.

이는 민사 또는 형사 절차로 진행될 수 있으며 민사 사건의 경우 정부는 시민권이 불법적으로 취득됐거나 중요한 사실이 은폐됐다는 점을 '명백한 증거'로 입증해야 한다.

이처럼 까다로운 절차 때문에 시민권 박탈은 1990년대 이후 매우 드물었다. 채드 길마틴 법무부 대변인에 따르면 트럼프 1기 행정부 동안 법원에 제기된 사건은 100건 남짓이었으며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24건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사건이 늘어나더라도 연방 법원의 판단을 거쳐야 하는 만큼 실제 대규모 시민권 박탈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이번 정책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전 이민국 관계자는 "연간 시민권 박탈 건수의 10배에 달하는 월별 할당량 요구는 수백만 귀화 시민에게 불필요한 공포와 불확실성을 조장한다"고 말했다.

한편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미국에는 현재 약 2600만 명의 귀화 시민이 있다. 지난해에만 80만 명 이상이 새로 시민권을 취득했으며 대부분은 멕시코, 인도, 필리핀, 도미니카공화국, 베트남 출생자다.

yeh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