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 이사회, 파라마운트 인수 제안 거부…"자금조달 보증 부족"

재무상태·신용도 의문 제기…"넷플릭스보다 우수한 제안 없어"
넷플릭스, 워너에 "스튜디오 영화 극장 개봉 계속할 것"

파라마운트와 워너브러더스 로고. 2025.12.08. ⓒ 로이터=뉴스1 ⓒ News1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WBD) 이사회가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의 1084억 달러 규모(약 142조 원) 적대적 인수 제안을 거절했다. 자금 조달과 관련한 보증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WBD 이사회는 이날 주주들에게 서한을 보내 이같이 밝혔다.

파라마운트는 엘리슨 가문과 레드버드 캐피털이 보장한 410억 달러의 신규 자기자본, 뱅크오브아메리카·씨티·아폴로로부터 확보한 540억 달러의 부채 약정을 통해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했다고 주장했다.

엘리슨 가문 신탁이 오라클 주식 약 11억 6000만 주를 포함해 2500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자기자본 약정을 충당할 만하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사회는 파라마운트의 재무 상태와 신용도에 의문을 제기했다.

해당 제안은 7개 자금 조달 주체가 서로의 참여를 전제로 하는 불안정한 조건부 구조로, 전체 자기자본 중 엘리슨 신탁이 책임지는 비중은 32%에 불과한 데다 책임 한도도 28억 달러로 제한되며, 해당 자금은 언제든 철회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넷플릭스의 27.75달러 현금·주식 혼합 제안은 구속력 있는 계약으로, 별도의 자기자본 조달이 필요 없고 견고한 부채 조달 약정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는 투자등급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시가총액이 4000억 달러를 넘지만, 파라마운트는 시가총액 150억 달러에 신용등급이 '정크' 바로 위 수준이고, 양사 결합 시 파라마운트 부채 비율은 영업이익의 6.8배에 달하는 데다 잉여현금흐름은 사실상 없다시피 하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파라마운트가 인수 계약 체결부터 마무리에 이르기까지 기간 동안 신규 콘텐츠 라이선스 계약 제한 등을 포함한 운영 제한을 내걸 것도 염려했다.

이사회는 "우리는 파라마운트에 중대한 결함을 알리고 잠재적 해결책을 제시했지만, 넷플릭스보다 우수한 제안을 한 번도 제출한 적이 없다"며 '불공정성 주장'도 일축했다.

이런 가운데 소식통들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워너브러더스 스튜디오 영화를 계속 극장에서 개봉할 것이라는 뜻을 전했다.

파라마운트의 자금 조달 파트너 가운데 하나였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투자회사 어피니티 파트너스는 이번 인수전에서 이탈했다.

워너브러더스는 아직 주주총회 일정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새뮤얼 디 피아차 이사회 의장은 CNBC에 내년 봄이나 초여름쯤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5일 넷플릭스는 WBD TV·영화 스튜디오와 스트리밍(HBO 맥스) 부문을 720억 달러(약 106조 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터너스포츠, CNN 등 케이블 부문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입찰 경쟁에서 탈락한 파라마운트가 WBD 전체에 대해 1084억 달러 기업 가치를 제시하고 주주들에게 적대적 인수를 제안했다.

승기를 잡은 넷플릭스는 DC 유니버스, '해리 포터' 시리즈, '반지의 제왕' 시리즈 등 주요 프랜차이즈는 물론 스트리밍 서비스 HBO 맥스, 애니메이션 전문 TV 채널 카툰네트워크, 영화사 뉴라인시네마에 이르는 방대한 콘텐츠 라이브러리 확보에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됐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