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팍스 실리카 서밋 전날 韓과 양자대화…에너지도 논의"

국무차관 외신 브리핑, 원자력·천연가스 등 한미 에너지 협력 범위 언급
정보 공유·공급망 투명성 과제 적극 검토…공급자 중심 전략 강조

김진아 외교부 제2차관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10차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에서 제이콥 헬버그 미 국무부 경제차관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2.11/뉴스1

(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미국 국무부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인공지능(AI) 공급망 협력체인 '팍스 실리카'(Pax Silica) 서밋과 관련, 한국 측과 에너지 문제 등을 논의했다고 17일(현지시간) 밝혔다.

제이콥 헬버그 미 국무부 경제성장·에너지·환경 담당 차관은 이날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한 온라인 브리핑에서 '한국과 원자력 에너지 분야 협력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팍스 실리카 서밋 전날 별도로 한국과 양자 경제 대화를 진행했고, 에너지 문제 역시 양자 회담에서 논의됐다"라고 말했다.

한국 측에서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이 대표로 지난 12일 열린 서밋과 전날 미국과의 양자회담에 참여했다.

헬버그 차관은 "한국은 팍스 실리카 서밋의 참가국이자 팍스 실리카 선언의 서명국으로, 한국 측과는 실제로 여러 차례 접촉이 있었다"면서도, "양자 차원에서 우리가 나누는 구체적인 논의의 내용이 기밀로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말을 아꼈다.

그는 "다만 미국은 한국의 에너지 수요를 지원하는 데 전적으로 헌신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를 지원하기 위해 에너지의 여러 다양한 분야에서 추진 노선들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자력은 물론, 천연가스를 포함한 비원자력 에너지와 기타 형태 에너지도 포함된다"라고 부연했다.

팍스 실리카는 미국이 주도하는 AI 공급망 생태계 구축을 위해 한국, 일본, 싱가포르, 네덜란드, 영국,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UAE), 호주 등 핵심 동맹국들과 출범시킨 협력체다.

지난 12일 워싱턴DC에서 열린 첫 서밋에서는 UAE와 네덜란드를 제외한 7개국이 합의 사항을 반영한 '팍스 실리카 선언'에 공동 서명했다.

헬버그 차관은 이날 팍스 실리카 출범 배경에 대해 "현재 AI와 첨단 산업 공급망에는 단일 실패 지점이 너무 많고, 신뢰할 수 없는 공급업체들이 존재해 문제를 초래해왔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팍스 실리카는 반도체 공급 확보를 목표로 하며, 이는 자동차와 스마트폰, AI에 이르기까지 최첨단 기술의 생명선"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AI 산업에 필수적인 반도체 제조와 핵심 공정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동맹국 중심의 공급망으로 재편하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와 첨단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는다.

헬버그 차관은 팍스 실리카 참여국 간 정보 공유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가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며 "개별 프로젝트 관련 정보 공유뿐 아니라 공급망 전체를 보다 투명하고 접근 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추진 노선도 포함된다"라고 말했다.

다만 첫 서밋이 막 열린 만큼 "어떤 추진 노선에서 신속한 진전을 이룰 수 있을지 구상하는 단계"라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이날 헬버그 차관은 미 국무부의 경제안보 전략이 △무역 관계 재균형 △분쟁 지역 안정화 △미국 재산업화 △공급망 안보 강화라는 네 가지 축으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팍스 실리카는 네 번째 축인 공급망 안보를 총괄하는 대표 이니셔티브다.

미국은 팍스 실리카와 관련해 중국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이날 브리핑에서 '신뢰할 수 없는 공급업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등 사실상 중국 견제를 염두에 둔 AI 공급망 재편 구상으로 해석된다.

헬버그 차관은 "이 구상은 다른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21세기 경제의 레일을 함께 깔기 위한 긍정적 의제"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바이든 행정부의 '광물안보파트너십'(MSP)과 달리, 팍스 실리카는 수요국이 아닌 공급국과 기업을 중심으로 한 전략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헬버그는 "정보 공유와 공급망 투명성은 실제로 이를 운영하는 기업들의 참여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공급자 중심 접근이 더 실질적인 성과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향후 팍스 실리카 참여국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신규 참여 기준으로는 △미국과의 외교·안보 노선 일치 △공급망에서의 실질적 산업 기여를 핵심 요건으로 제시했다.

ryupd0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