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다큐 편집' BBC에 15조 소송…BBC "편집에 악의 없어"(종합2보)

플로리다주 법원에 제기…"오랫동안 시청자 기만"
英정치권도 반발…"스타머, 트럼프 소송에서 BBC 보호해야"

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멕시코 국경 방어 메달 수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15 ⓒ 로이터=뉴스1 ⓒ News1 김경민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이정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연설을 의도적으로 편집했다는 논란을 겪은 BBC를 미국에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며 최소 100억 달러(약 14조 7000억 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BBC는 편집이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명예훼손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았다.

미국 CBS,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BBC를 대상으로 플로리다 남부 지방법원에 명예훼손 혐의와 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 법률팀은 각 혐의에 대해 50억 달러씩 총 100억 달러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소장에서 법률팀은 BBC가 지난해 미국 대선 직전 방영한 다큐멘터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대상으로 "거짓되고, 명예훼손적이며, 기만적이고, 비방적이며, 선동적이고, 악의적인 묘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또 BBC가 미 국회의사당 난입 폭동이 시작되기 전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 DC에서 지지자들에게 한 연설의 두 부분을 "짜깁기"해 "의도적이고 악의적으로 시청자들을 오도하려고 시도했다"고 지적했다.

법률팀 대변인은 성명에서 BBC가 "자신의 좌파적 정치 의제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에 관한 보도에서 오랫동안 시청자를 기만하는 행태를 보여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BBC 변호인단은 편집에 악의가 없었고, 방송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기 때문에 그가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BBC는 미국 채널에 해당 다큐멘터리를 배포할 권한이 없었고, 실제로 배포하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영국 BBC 본사. ⓒ 로이터=뉴스1

영국 정치권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소송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스티븐 키녹 영국 보건사회복지부 장관은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BBC가 트럼프의 소송에 맞서 단호한 입장을 유지하는 것이 옳다며 그들(BBC)이 다큐멘터리에서 발생한 일부 실수에 대해 사과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명예훼손에 관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법적으로 책임질 사유가 없다고 밝혔다.

에드 데이비 자유민주당 대표는 (키어 스타머)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BBC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결정은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터무니없는 법적 위협에 맞서 BBC를 보호하고 수신료 납부자들이 금전적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BC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소송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BBC는 미국 대선 일주일 전인 지난해 10월 말 영국에서 방영된 대표시사 프로그램 '파노라마(Panorama)'의 '트럼프: 두 번째 기회?' 특집 다큐멘터리에서 지난 2021년 1월 6일 트럼프 연설을 의도적으로 편집해 논란이 됐다.

다큐멘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영상을 한 문장으로 이어 붙여, 당시 미 국회의사당 난입 폭동을 선동한 것처럼 보이게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 법률팀은 두 영상의 간격이 55분이며, BBC의 편집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중 "평화를 촉구하는 발언"이 삭제됐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이런 내용의 BBC 내부 보고서가 보도되며 논란이 확산하자 BBC는 "판단상 오류가 있었다"며 편집 논란에 사과하고 팀 데이비 사장과 데보라 터니스 뉴스총괄(보도국장)이 사임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배상 요구는 거절했다.

yellowapoll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