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삭감의 역풍…게이츠 "아동 사망률, 21세기 첫 반등" 경고

전 세계 ODA예산 27% 하락…"2045년까지 1200만명 추가사망" 우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 ⓒ AFP=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세계 최대 자선 조직 게이츠 재단을 설립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립자가 올해 국제원조 삭감의 여파로 아동 사망률이 이번 세기 처음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게이츠 재단은 4일(현지시간) '2025 골키퍼스 보고서'을 발표해 지난해 아동 약 460만 명이 5세가 되기 전 사망했고, 올해는 그 수가 480만 명으로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동 사망률은 2000년 이후 꾸준히 감소해왔다.

게이츠는 보고서 서문에서 "수십 년 동안 세계는 아동의 생명을 구하는 데 꾸준한 진전을 이뤘다. 그러나 어려움이 산적하면서 그 진전이 뒤집히고 있다"며 우려했다.

게이츠 재단은 아동 사망률 역전 현상은 올해 원조 공여국 정부의 국제개발원조(ODA) 예산 삭감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공여국들의 보건 분야 ODA는 2024년 대비 올해 26.9% 감소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월 미국 국제개발처(USAID)를 해체했고,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다른 공여국들도 ODA 지출을 대폭 삭감했다.

보고서는 원조 삭감이 지속되면 아동 사망자 수도 늘어날 것이라며 각국의 보건개발원조(DAH)가 20% 감소 시 아동 1200만 명이, 30% 감소 시 1600만 명이 2045년까지 추가로 사망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지난해 규모의 지원이 유지된다면 같은 기간 1300만 명의 아동을 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게이츠 재단은 1차 의료, 정기 예방접종, 백신 개발과 접근성 확대, 데이터의 새로운 활용 등이 효과적인 개입이 될 수 있다며 제한된 예산 여건에서 입증된 해결책과 차세대 기술 혁신에 대한 표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게이츠는 "예산이 빠듯한 시기에도 우리는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며 "수백만 명의 생명이 걸려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지금, 더 적은 것으로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