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남부사령관, 임기 1년도 못채우고 전격 사임…"헤그세스 압박 탓"

헤그세스, 중남미 관할 앨빈 홀시 남부사령관에 사임 압박
"명령에 의문제기 말라"…현역 사령관 교체 이례적

앨빈 홀시 미군 남부사령부 사령관이 지난 8월 20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남미 방위 관련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5.8.20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중남미 지역을 관할하는 앨빈 홀시 미군 남부사령관이 임기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조기 퇴임하는 건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사임 압박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홀시 사령관은 오는 12일 공식 퇴역한다. 미군이 카리브해에서 마약 밀매 의심 선박에 대한 군사 작전을 진행 중인 가운데 관할 사령관이 교체되는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WSJ는 두 사람의 갈등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직후부터 시작됐으며, 홀시 사령관이 마약 밀매 의심 선박에 대한 군사작전의 법적 정당성에 우려를 표명하면서 극에 달했다고 전했다.

홀시 사령관은 해당 작전의 불분명한 법적 권한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남부사령부 최고 군법무관 또한 이 작전이 전투원의 법적 정의를 무리하게 확장해 작전에 참여한 미군 장병들이 추후 기소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이런 의견은 묵살됐고, 오히려 헤그세스 장관은 홀시 사령관이 작전에 충실하게 임하지 않는다는 불만을 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이 2일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2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특히 홀시 사령관은 자신의 관할 지역에서 펜타곤의 직접 지휘를 받는 정예 특수부대(SOF)가 자신을 건너뛰고 독자적인 타격 작전을 수행하는 것에 강하게 반발했다. 현장 지휘관의 통제권을 무력화하면 지휘 체계의 심각한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갈등은 10월 초 펜타곤에서 열린 회의에서 폭발했고 헤그세스 장관은 홀시 사령관에게 사임을 요구했다.

두 사람의 불화는 다른 사안에서도 드러났다. 헤그세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파나마 운하 통제권 회복' 발언 이후 홀시 사령관이 관련 군사 계획 수립을 지체한다고 질책했으며, 이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자 홀시 사령관을 정보 유출자로 의심하기도 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홀시 사령관과의 화상회의에서 "팀에 합류하든지 아니면 나가라" "명령을 받으면 의문을 제기하지 말고 빨리 움직이라"고 말하며 무조건적인 복종을 강요했다고 WSJ는 전했다.

홀시 사령관의 갑작스러운 사임에 의회에서도 우려가 제기됐다. 상원 군사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잭 리드(로드아일랜드) 의원은 "전투가 벌어지는 지역의 최고사령관이 갑자기 떠나는 건 지휘 체계의 불안정성을 보여주는 신호"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과거 군사작전의 교훈과 노련한 군인들의 조언을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임명한 홀시 사령관은 미군 최초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남부사령관이다.

한편 헤그세스 장관은 카리브해에서 마약 밀수선으로 의심되는 선박의 생존자들을 향해 "모두 죽이라"는 구두 명령을 내렸다는 의혹으로 의회 조사를 받고 있다. 이는 전투 불능 상태의 적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제네바 협약과 국제법을 위반한 '전쟁범죄'에 해당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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