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시험용 마네킹이 여성이네?…美, 車사고 여성 부상률 낮춘다

안전시험시 女 신체특징 반영…"비용 문제로 도입 꺼려" 지적도

새로 승인된 여성형 더미 THOR-05F (출처= 미국 도로교통안전국)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미국이 차량 충돌시험에 여성의 신체 특징을 반영한 '여성 더미'(dummy, 충돌시험에 사용되는 인형)를 도입하기로 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교통부는 새로운 여성 더미 'THOR-05F'를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성명에서 교통부는 새로운 더미가 "특정 차량 충돌 시나리오에서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높은 부상률이 지속되는 추세를 해결하는 데 필수적"이라며 "작은 여성 운전자를 위한 뇌, 흉부, 복부, 골반 및 하퇴부 부상 위험에 대한 더 나은 평가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2023년 기준 약 1만 2000명의 여성 운전자가 자동차 사고로 사망했다.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여성 운전자는 차량 충돌 사고 시 남성 운전자보다 심각한 부상을 입을 가능성이 73% 더 높고, 사망할 가능성이 17% 더 높다. 이를 두고 여성이 평균 체격이 작아 충격에 취약할 뿐 아니라, 차량 안전기능이 남성 체형에 맞춰 설계됐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2011년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는 차량 충돌 테스트에서 여성 더미를 포함하도록 평가 시스템을 개선했지만, 대부분의 테스트는 여성 더미를 조수석이나 뒷좌석에서 테스트하도록 요구했다.

최종 규정이 발표되면, THOR-05F는 미 연방정부의 신차 평가 프로그램과 연방 자동차 안전기준 준수 테스트에 사용된 이전 모델 'Hybrid III'를 대체할 수 있다. Hybrid III는 1970년대 미국 평균 남성의 신체 비율(키 175cm, 몸무게 78kg)을 기준으로 만들어졌다.

새 더미 THOR-05F(키 약 151cm, 몸무게 48kg)는 더 작고, 유방을 표현하기 위한 고무 재킷이 있다. 이 더미는 150개 이상의 센서를 갖추고 있으며 목, 쇄골, 골반, 다리 모양 등 남성과 여성의 해부학적 차이를 더 정확하게 반영한다고 미국 교통부는 소개했다.

THOR-5F (출처=Humanetics)

그러나 NYT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이 더미를 신속하게 채택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승인된 더미는 개당 비용이 약 100만 달러(약 14억7500만 원)이다. 미 의회 예산국은 전체 자동차산업에 더미를 도입하는 데 최대 6000만 달러(약 890억 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또 일부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는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며, 새로운 모델이 부상 위험을 과장하고 안전벨트와 에어백과 같은 일부 안전 기능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안전시험에서 여성 더미 사용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성 더미 등 최첨단 테스트 장비를 안전시험에서 의무화하는 '여성 운전자법'(She Drives Act)를 발의한 데브 피셔 상원의원(공화·네브래스카)은 "이러한 테스트 기준을 이미 도입했어야 했다. 수천 명의 생명을 구하고 모든 운전자에게 미국의 도로를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