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평화 최종안 아냐"…비판 직면 트럼프, 친러 계획 수정 시사

"러시아에 100 대 0으로 유리한 평화 계획"…유럽 비판
"푸틴, 트럼프 행정부 우크라 어떻게 할지 지켜볼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5.11.16 ⓒ 로이터=뉴스1 ⓒ News1 김경민 기자

(서울=뉴스1) 김경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이 제안한 새로운 우크라이나 전쟁 평화 계획이 최종안이 아니라며 한발 물러섰다. 평화 계획 자체가 러시아에 유리한 데다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논의에서 배제해 협상 타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키이우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평화 계획에 대해 "제 최종 제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평화 계획 수락을 거부한다면 "그는 계속해서 온 힘을 다해 싸울 수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전했다.

앞서 스티브 위트코프 백악관 중동특사와 러시아직접펀드(RDIF) 대표로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라와 있는 키릴 드미트리예프 크렘린궁 경제 특사는 지난 10월 말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비밀 회동 끝에 28개 항목의 평화 계획을 마련했다.

평화 계획엔 △동부 돈바스(도네츠크주·루한스크주) 영토 양보 △군대 규모 감축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포기 등 우크라이나에 경제적·정치적 양보를 요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우크라이나는 대신 재건 자금을 지원받는다. 또 러시아가 합의를 위반하고 다시 공격할 경우 미국은 동맹국들과 함께 군사 지원 및 기타 조치를 제공할 것인지를 논의하게 된다. 미국의 지원 약속이 우크라이나 내 유럽 병력을 주둔시키는 안보 조치엔 미치지 못한다고 WSJ은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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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치권과 유럽은 러시아에 유리한 일방적인 평화 계획이라고 비판한다.

하노 페브쿠르 에스토니아 국방장관은 "개인적으로 묻는다면 모든 것을 다시 써야 한다"며 러시아에 유리한 "100 대 0"이라고 지적했다.

루벤 브레켈만스 네덜란드 국방장관은 "어느 정도 타협이 필요하다"면서도 "우크라이나가 치른 모든 희생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일 수 있고 실행할 수 있는 타협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공화당 내부에서도 우크라이나가 붕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톰 틸리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그는 주권 국가를 침공했다"며 "그런 인간에게는 어떠한 자비도 없다"고 했다.

앞서 백악관은 우크라이나가 오는 27일까지 평화 계획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하라며 최후통첩을 날렸다.

이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우크라이나는 곧 매우 어려운 선택에 직면할 수 있다"며 "존엄성을 잃거나 핵심 파트너를 잃을 위험이 있다"고 했다. 또한 대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나 평화 계획을 논의하기로 했다. 협상엔 영국·프랑스·독일 대표단도 참석한다.

다만 현재 러시아의 전세가 우위에 있어 최종 협상엔 난관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외교관계위원회 토마스 그레이엄 연구원은 "러시아가 지금 시점에서 미국에 손을 내밀어 '우리 모두 몇 가지 쟁점을 놓고 협상해야 한다'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무엇을 할지 가만히 지켜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일부 미국 상원의원들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이 종전 계획이 사실상 "러시아의 희망 사항 목록"과 같다는 말을 들었다고 이날 공개했다.

이에 대해 토미 피곳 국무부 수석 부대변인은 소셜 미디어(X)를 통해 이러한 주장이 "명백한 허위"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이 계획은 "미국이 작성"했으며, 단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으로부터 의견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km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