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사면해 달라"…트럼프, 이스라엘에 공식 서한

동맹국 정상 사법절차에 외국 정상이 개입
이스라엘 대통령실 "절차 따라야" 원론적 입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3일(현지시간) 예수살렘의 이스라엘 의회 의사당에서 연설하기에 앞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인사하고 있다. 2025.10.13. ⓒ AFP=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사면해 달라고 이스라엘 대통령실에 공식 요청했다.

이스라엘 대통령실의 12일(현지시간) 발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공식 서한을 통해 네타냐후 총리가 받고 있는 부패 혐의 재판을 '정치적이고 부당한 기소'라고 규정하며 오랜 동맹인 그의 사면을 촉구했다.

외국 정상이 동맹국의 사법 절차에 직접 개입하는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서한에서 네타냐후 총리를 애칭인 '비비'라고 칭하며 "이스라엘 사법 시스템은 존중하지만 오랜 기간 나와 함께 싸워 온 그에 대한 이 사건은 정치적이고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월 이스라엘을 방문했을 당시에도 의회(크네세트) 연설에서 이츠하크 헤르초그 대통령을 향해 "시가와 샴페인 좀 받은 게 무슨 대수냐"며 네타냐후 총리의 사면을 즉흥적으로 제안했었다.

이번 서한은 당시의 구두 요청을 공식화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스라엘 대통령실은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을 매우 존경하며 이스라엘에 대한 그의 변함없는 지지에 감사하다"면서도 "사면을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정해진 절차에 따라 공식 요청을 제출해야 한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2019년 뇌물수수와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돼 2020년 5월부터 재판받고 있다. 사업가로부터 샴페인이나 시가 등 약 3억2000만 원 상당의 선물을 받거나 언론사에 특혜를 주는 대가로 우호적인 보도를 얻어내려 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이스라엘에서 대통령은 상징적인 직위로 여겨지지만 법적으로 범죄자를 사면할 수 있는 고유 권한을 가진다.

다만 통상적으로 사면은 모든 사법 절차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확정된 이후에 이뤄지는 게 관례다. 네타냐후 총리 관련 재판은 아직 진행 중이기에 헤르초그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법적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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