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결처형' 美 마약선 폭격 우려…"英, 타깃 정보공유 중단"(종합)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영국이 카리브해에서 마약 밀수 선박으로 의심되는 선박에 관해 미국과 공유하던 정보 제공을 일부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11일(현지시간) 영국 정부가 최근 미군이 해당 지역에서 수행 중인 마약 밀수선 폭격 작전을 국제법 위반이라고 보고 약 한달 전 정보 공유를 중단했다고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카리브해 여러 영토에 정보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영국은 수년 동안 미국이 마약을 운반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왔다.

그러나 미국이 지난 9월부터 선박들을 대상으로 공습을 시작한 이후 미국이 자신들로부터 제공받은 정보를 공격 목표 선정에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소식통들은 영국 정부 관계자들이 미군의 최근 마약 단속 작전을 국제법 위반으로 보고 연루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전했다.

이전까지 미국의 불법 마약 밀매 대응은 주로 법집행 기관과 미국 해안경비대가 담당했다. 영국이 관련 정보를 미국 플로리다에 있는 합동대응본부 남부로 전달하면 해안경비대가 선박을 정지시켜 승선한 선원들을 구금하고 마약을 압수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9월부터 군을 투입해 마약 밀수 의심 선박을 폭격하는 작전을 시작했다. 이같은 공습으로 현재까지 최소 76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CNN은 "영국의 이번 결정은 가장 가까운 동맹이자 정보공유 파트너인 미국과의 관계에서 중대한 단절을 의미하며 라틴아메리카 일대에서 진행 중인 미국의 군사작전의 합법성에 대해 높아지고 있는 회의론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영국은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와 함께 5개국 정보협의체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회원국이다.

CNN에 따르면 미국 고위 국방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이 군사작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 남부사령부 사령관인 앨빈 홀시 제독은 지난달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및 합참의장과의 회의 도중 이 폭격의 합법성에 의문을 제기한 뒤 사임 의사를 밝혔다.

또 다른 핵심 동맹국인 캐나다 역시 20년 가까이 미국 해안경비대와 함께 카리브해 마약 단속을 지원해 왔지만 이번 미군의 작전에는 거리를 두고 있다.

소식통들은 캐나다가 해안경비대와의 협력 프로그램인 '카리브 작전'은 유지하겠지만 그들의 정보가 치명적 폭격의 목표 선정에 사용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미국에 명확히 전달했다고 전했다.

여기에 콜롬비아 정부도 미국과의 정보 공유를 중단했다. 점점 더 많은 국가가 미국의 마약 단속 작전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는 모습이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엑스(X)를 통해 "공공안보정보 조직 전반에 미국 보안 기관들과의 통신 및 협력을 중단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며 "이 조치는 카리브해 선박에 대한 미국의 미사일 공격이 계속되는 한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페트로 정권의 콜롬비아는 트럼프 행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지만 카리브해에 접한 콜롬비아는 미국의 오랜 마약 단속 파트너로 협력해 온 지역 안보 파트너다. 최근엔 미군이 베네수엘라 마약 선박이라며 콜롬비아 선박을 공격했다고 미국을 비난하기도 했다.

yeh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