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다시 위대하게?…트럼프의 '마가 2기' 반미연대만 강화
관세에 대응해 무역 다변화…강경 이민책에 대미 투자 주저
인도 등에서 반미감정 고조…中 견제 약화 가능성
- 이창규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도 250여일이 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에서와 같이 2기 때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를 외치면서 동맹국과 적성국에 관계없이 관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미국을 이익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이유로 펼치고 있는 불법 이민 단속 및 관세 정책 등은 반미연대 강화로 이어지면서 정작 미국에는 악영향으로 돌아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철강 및 알루미늄, 자동차, 의약품 등 품목별 관세를 비롯해 10~50%의 상호관세을 부과하면서 공격적인 관세 정책을 펼쳤다.
한국을 포함해 영국, 유럽연합(EU), 일본 등이 트럼프의 관세 위협에 발 빠르게 나서면서 무역 협상을 타결하고, 다른 국가들도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위해 노력 중이지만 1기 때와는 대응하는 방식에서 차이를 보인다.
1기 때는 각국이 미국발 관세에 당황해 협상 타결을 위해 매달렸다면 2기 때는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역 다변화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최근 리창 중국 총리와 '건설적인 논의'를 갖고 양국 간 교역을 강화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EU도 중국을 포함해 아시아와의 무역을 강화하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은 지난 5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중국과 협력할 기회를 포착하고, 가능하다면 상호 이익이 되는 무역과 투자 관계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캐나다와 EU 등 미국의 동맹국들이 중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에 동조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이는 트럼프 취임 후 미국의 동맹국들이 사이에서 미국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이른바 브릭스(BRICS) 국가들은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에 맞서 결속을 강화하고 있다.
브릭스는 지난 7월 기존 5개국에서 11개국으로 확대된 후 열린 첫 정상회의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세상은 변했다. 우리는 황제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일부 국가가 관세 전쟁을 일으켜 세계 경제에 충격을 주고 국제 무역 규칙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며 미국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관세 정책과 함께 강경한 이민 정책도 미국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합작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근로자 300여 명이 미국 이민당국에 체포돼 구금된 후 전 세계 각국의 대미투자 계획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앤드루 여 선임연구원은 "동맹국들은 엇갈린 신호를 받고 있다"며 "한국 사례는 일본은 물론 EU 국가들까지 불안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마가 정책으로 인해 동맹국과 우방국들 사이에서 미국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한다는 이유로 인도에 50%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부과한 후 인도에선 맥도날드, 코카콜라, 아마존, 애플 등 미국계 다국적 기업들의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이 나타나기도 했다.
호주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포착됐다. 시장조사업체인 칸타가 조사한 호주의 소비자 심리지표에 따르면, 미국의 관세 발표 후 호주 국민 5명 중 2명 이상이 미국산 제품과 서비스를 더 이상 구매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현지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겠다고 답한 비율도 53%에 이르렀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미국의 외교 정책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호주와 인도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출범한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협의체) 구성원의 일원이라는 점에서 이들 국가에서 반미감정이 고조되는 것은 중국에 대한 견제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당시 '피벗 투 아시아'(Pivot to Asis)를 선언하고, 트럼프 대통령도 1기 행정부 시절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하는 등 중국 견제는 미국에서 초당적인 외교 정책 기조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트럼프 2기의 마가 정책은 중국에 대한 압박을 느슨하게 하면서 오히려 미국의 글로벌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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