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셧다운 임박…트럼프, 여야 지도부와 29일 예산안 회동

연방정부 폐쇄 D-2…백악관서 담판 시도
민주 "헬스케어 예산 복원" 요구…공화 "일단 임시예산안 처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공화당 소속 미 의회 의원들과 만찬을 주최하며 손짓을 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미국 의회의 임시예산안 처리 실패로 10월 1일(현지시간)부터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이 현실화될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와 29일 회동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과 존 슌 상원 원내대표 등 공화당 지도부, 민주당 소속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 등 양당 지도부를 모두 백악관에 불러모은다.

이번 회동은 임시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양당의 극한 대치를 풀기 위한 사실상 마지막 담판 자리다.

미국 회계연도는 9월 30일에 끝나기 때문에 의회가 이날 밤 12시까지도 2026회계연도 예산이나 임시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연방정부는 문을 닫게 된다.

공화당은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고 있으나 상원에서 예산안을 통과시키려면 전체 100석 중 60석의 찬성이 필요해 민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공화당의 상원 의석은 53석, 민주당 의석은 47석이라 민주당에서 7표 이상 이탈표가 나와야 한다.

현재 공화당은 정부 운영을 11월 21일까지 연장하는 단기 임시예산안을 우선 통과시키자는 입장이다. 존슨 하원의장은 전날 CNN에 출연해 "약간의 시간을 벌어 보자"며 민주당의 협조를 촉구했다.

1일(현지시간) 새벽 미국 수도 워싱턴 DC에 위치한 의회 의사당이 환하게 불이 켜져 있다. 상원 공화당 지도부는 7월 4일 독립기념일 이전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메가법안)의 의회 통과를 목표로 마라톤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2025.7.1 ⓒ AFP=뉴스1 ⓒ News1 신기림 기자

반면 민주당은 공화당의 회유를 거부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공화당이 지난여름 통과시킨 법안에 포함된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지원) 예산 삭감을 철회하고, 연말에 만료되는 오바마케어(ACA) 보조금 지급을 연장하는 내용을 예산안에 포함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이 보조금이 연장되지 않으면 약 2400만 명의 보험료가 평균 75% 급등할 수 있다. 특히 11월 1일부터 2026년도 보험 가입이 시작되기 때문에 그전에 보조금 연장 여부가 결정되지 않으면 많은 가입자들이 보험 갱신을 포기하는 등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민주당은 헬스케어 문제를 고리로 삼아 대정부 투쟁의 동력을 확보했다고 보고 있다. 제프리스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ABC방송에 "우리 입장은 분명하다"며 "삭감을 취소하고, 비용을 낮추고, 헬스케어를 구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의회가 승인한 예산을 트럼프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동결하는 등 정부가 먼저 신뢰를 훼손했다며 이번엔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로 예정됐던 민주당 지도부와의 회동을 "비생산적일 것"이라며 전격 취소했었다. 하지만 셧다운 시한이 임박하자 다시 협상 테이블을 마련했다.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NBC 방송 인터뷰에서 "(백악관이) 압박을 느꼈고 이제 협상 테이블에 앉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합의 성사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 않다. 슈머 원내대표는 NBC방송 인터뷰에서 "이번 회동은 첫 번째 단계일 뿐"이라며 "대통령이 불평을 하고 민주당원들에게 소리치며 불만만 얘기한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공화당은 정부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현 수준으로 동결하는 내용의 이른바 '깨끗한' 임시예산안을 지난 19일 찬성 217표 대 반대 212표로 통과시켰다. 헬스케어 등 다른 정책적 조건을 붙이지 않고 급한 불부터 끄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상원으로 넘어간 이 법안은 찬성 44표 대 반대 48표로 부결됐다. 민주당은 헬스케어 관련 조항을 포함한 자체 예산안을 맞불로 내놨지만 상원 표결에서 찬성 47표 대 반대 45표로 통과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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