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커크 추모식이 보여주는 것…정교분리 사라진 트럼프 시대"
WP 분석…통합·치유 대신 "악에 칼을 휘둘러라" 투쟁적 구호만
종교적 추모식의 정치화에 대한 거부감 ↓
-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지난 10일 총격으로 세상을 떠난 미국의 보수 논객 찰리 커크의 추모식에서 종교와 정치의 경계선이 사라진 미국 정치의 새로운 모습이 드러났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2일(현지시간) 진단했다.
21일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는 커크를 기리는 5시간의 추모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총출동했다.
추모식은 위로의 복음 메시지로 시작했으나, 이와 같은 비극적 사건이 발생했을 때 자주 나왔던 통합과 치유의 메시지는 나오지 않았고 연사들의 투쟁적 메시지가 연달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커크가 "상대방을 증오하지 않았다. 그는 그들에게 최선의 것을 바랐다"면서도 "나는 그 점에서 찰리와 달랐다. 나는 상대방을 증오하며 그들에게 최선의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정치적 반대 진영을 겨냥해 "그들은 우리 모두 안에서 일어난 군대를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며 "우리는 선하고, 고결하며 고귀한 것을 위해 서 있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보수 논객인 베니 존슨은 커크의 죽음을 "순교"라고 표현하며 행정부 고위 각료들의 "신성한 사명"이 "악에 맞서 칼을 휘두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추모식을 지켜본 커크의 지지자로, 전 식료품점 주인이었던 미키 비작(70)은 WP에 "기독교 공동체뿐만 아니라 우파 진영에서도 거대한 운동이 일어날 것"이라며 "아직 기독교인이 아닌 우파 성향의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종교적 추모식을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강했다. 지난 1968년 암살당한 민권 운동 지도자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장례식에 리처드 닉슨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가 참석하자 일부 참석자들은 "정치공작"이라며 반발했다.
지난 2002년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폴 웰스턴 전 상원의원의 장례식은 당시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했던 월터 먼데일 전 부통령을 위한 유세장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왔고, 이로 인해 역풍이 불어 먼데일이 낙선했다. 이후 장례식을 정치적 선전의 장으로 이용하려 하다가 역풍이 부는 현상을 일컫는 '웰스턴 효과'라는 용어도 생겨났다.
WP는 "커크의 추모식이 생생히 보여주듯, 트럼프가 시작하고 커크가 부상시킨 운동이 점점 더 절실히 요구하는 것은 다리를 놓는 것이 아니라 정복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gw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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