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언론 "외자유치한다며 이민단속 강화…정책모순에 투자 휘청"
블룸버그 "美공장 건설, 정치적 위험 예상보다 크다는 신호 줘"
기술인력 파견, 까다로운 비자발급에 막혀…NYT "대미투자 韓기업 불안"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미국 조지아주의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노동자 300명이 이민당국에 무더기 체포된 사건으로 외국 자본을 유치하는 동시에 강경한 이민 정책을 고수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근본적인 모순이 드러났다고 미국 언론들이 지적했다.
미국은 중국 중심 공급망을 약화하고 미국 제조업을 부흥하기 위해 한국 기업들의 미국 내 공장 투자를 공공연하게 장려해 왔다. 그러면서도 정작 공장 건설에 필수적인 한국 기술 인력의 현지 파견은 까다로운 비자 발급과 강경한 이민법 집행으로 가로막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 여론은 '뒤통수를 맞았다'며 들끓고 있다. 특히 손과 발, 허리에 족쇄를 찬 한국인들이 줄줄이 버스에 태워지는 모습이 보도되자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이들이 감옥보다도 열악한 환경에 구금됐다는 보도는 격앙된 여론에 불을 지폈다.
이번 사건은 해외 기업들이 미국 내 생산시설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정치적·법적 위험이 예상보다 크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특히 조지아주 공장은 한국 정부가 미국 제조업 강화에 힘쓰려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소였다. 또 세계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미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장려하던 사업이기도 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블룸버그에 "미국은 한국에 투자를 요구하면서도 공장 건설에 미국인만 쓰라고 한다. 실제로 그것은 불가능하다. 초기 건설 단계에는 한국 기술자 파견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급습이 양국의 관세 협상 세부 사항이 조율되는 민감한 시기에 발생해 대미 투자에 나서는 한국 기업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투자를 장려하면서도 동맹국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비자 할당을 대폭 축소해 부품 배송과 공장 건설 기술자 고용을 더 어렵게 만든다는 점도 지적했다.
김태형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블룸버그에 "등에 칼을 맞은 기분"이라며 "대부분의 한국인이라면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건으로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 계획은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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