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로 논리로 과학 조롱"…美학자 85명, 트럼프 기후보고서 성토

"에너지부가 환경당국의 온실가스 판정 없애러 무논리 주장"

2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州)에 있는 선인장이 도로에 쓰러져 있다. 선인장은 기후 변화와 관련한 많은 문제들로 위협을 받고 있다. 극심한 더위로 미국 피닉스 사막 식물원에선 선인장 3개가 쓰러졌다. 2023.08.02/ ⓒ AFP=뉴스1 ⓒ News1 임윤지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미국 기후 전문가들이 최근 발표된 트럼프 행정부의 기후 보고서를 강하게 비판하며, 해당 보고서가 과거 담배 산업이 사용했던 방식처럼 기후 변화에 대한 과학적 합의에 의심을 불러일으키려 한다고 지적했다.

3일 AFP통신에 따르면 440쪽 분량의 반박 보고서에서 85명의 과학자는 정부가 신뢰를 잃은 소수의 반대 의견에 의존하고, 검증되지 않은 연구를 인용하며, 증거를 왜곡하고, 동료 평가 절차를 생략한 채 미리 정해진 결론을 도출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7월 말 에너지부 웹사이트를 통해 150쪽 분량의 보고서를 공개했으며, 이는 2009년 제정된 ‘위해성 판정(Endangerment Finding)’을 폐지하려는 정책 제안의 근거로 활용됐다. 위해성 판정은 온실가스의 위해성을 인정한 환경보호청(EPA)의 판정으로, 그 후 온실가스 규제를 위한 연방 정부의 법적 기반이 됐다.

텍사스 A&M 대학교의 기후 과학자이자 반박 보고서 공동 저자인 앤드루 데슬러는 “에너지부 보고서는 과학을 조롱하는 수준”이라며 “오래전에 폐기된 개념에 의존하고, 과학적 지식의 본질을 왜곡하며, 중요한 사실을 누락하고, 허세, 일화, 확증 편향에 기대고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부 보고서는 ‘미국 기후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 영향에 대한 비판적 검토’라는 제목으로, 여러 놀라운 주장들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된 극한 기후 현상이 증가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의 기온은 상승하지 않았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는 농업에 도움이 되며, 태양 활동이 기후 변화의 원인일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이 보고서는 각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글로벌 보험·재보험 컨설팅 기업인 에이온(Aon) 재해 모델링 부문인 임팩트 포캐스팅의 기후 과학자 테드 아무르는 “담배 산업이 흡연의 해악을 부정하기 위해 과학자들을 고용했던 것처럼, 화석연료 산업도 1990년대 내내 인간이 아니라 태양이 기후 변화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과학자들을 조직적으로 지원했다”며 “이제 와서 그런 ‘좀비 논리’가 다시 등장한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기후학자들은 에너지부 보고서에서 잘못된 부분으로 1930~1936년 미국 중부 지역 가뭄인 ‘더스트 볼(Dust Bowl)’을 예로 든 것을 지적했다. 에너지부 보고서는 더스트 볼이 거의 100년 전에 일어난 걸 보면 인간이 온난화를 일으키는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반박 보고서는 당시 가뭄도 잘못된 농업 관행이 일부 원인이기에 인재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인재일 수 있는 이 사태를 온난화 관련 반박 증거로 쓰는 것이 합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에너지부 보고서의 초점을 어긋난 주장은 더 있었다. 에너지부 보고서는 해양 산성화의 위협도 축소하며 “수십억 년 전 바다가 약산성이었을 때 해양 생명이 진화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반박 보고서는 “당시에는 복잡한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주장은 무의미하다”고 밝혔다.

러트거스대학교 생태학자 파멜라 맥엘위는 또 에너지부 보고서가 막대한 사회적, 경제적 결과에도 기후변화가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을 대체로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의 산호초만 해도 연간 약 18억 달러 규모의 폭풍 및 홍수 방어 효과를 제공한다”고 지적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