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차관 "한국, 대북방어 더 주도적 역할…국방지출도 롤모델"

美가 中견제 집중하는 동안 韓 대북 방어 주력 기대
나토에 요구했단 GDP 5% 국방비, 한국에도 압박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차관 ⓒ AFP=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과거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거론했던 미국 국방부 서열 3위 엘브리지 콜비 정책차관이 최근 대북 방어와 국방 지출 측면에서 한국의 역할 확대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콜비 차관은 지난달 31일 실시된 한미 국방장관 통화 이후 1일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에서 "한국은 강력한 대북 방어 측면에서 더 주도적인 역할을 맡으려 하고 있으며 국방 지출 측면에서 계속 롤 모델이 된다"고 말했다.

콜비 차관은 "우리와 한국은 역내 안보 환경에 대응해 (한미) 동맹을 현대화할 필요성에 관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우리는 공동의 위협을 방어할 준비가 돼 있는, 전략적으로 지속 가능한 동맹을 보장하기 위해 한국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에는 미국이 중국 견제에 집중하는 동안 한국이 대북 방어에 더 많은 역량을 투입하길 바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콜비 차관은 미국의 주된 위협이 북한이 아닌 중국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주한미군이 북한 문제에만 '인질'로 잡혀 있어서는 안 되며, 중국 관련 비상사태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개편돼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차관으로 임명되기 전부터 그는 한국이 북한을 상대로 자국을 방어하는데 "압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었다. 미국이 중국 및 북한과 동시에 전쟁을 수행하기에는 군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콜비 차관은 2023년 언론 인터뷰에서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해야 한다면 그 역할은 중국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는 데 집중돼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이는 주한미군이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유연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미 국방부의 현 기조와 일치한다.

또 국방비 측면에서 한국을 '역할 모델'로 칭송한 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요구했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수준의 국방 지출'에 동참하라는 압박으로도 풀이된다.

콜비 차관은 일본에도 국방비를 GDP의 5%까지 증액하라고 요구해 일본 집권 자민당의 큰 반발을 일으킨 바 있다.

또 동맹의 현대화와 역내 안보 환경 대응이라는 표현은 콜비 차관의 핵심 주장인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과도 직결되는 발언으로 보인다. '전략적으로 지속 가능한 동맹'이라는 표현은 미국의 부담을 줄이고 동맹의 자립을 강조하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콜비 차관은 국방 분야 경험이 다소 부족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스티븐 파인버그 부장관을 보좌하며 사실상 트럼프 행정부의 국방 정책 설계자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의 역할 분담을 강조하는 현실주의적 정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8년 트럼프 1기 당시에도 국방전략 수립을 주도했으며 올해 발간 예정인 2025년 국방전략 수립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past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