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EU, 통 큰 美 에너지 구매 약속…NYT "실제 이행 글쎄"
"각국 수요· 美 공급 역량 상관없이 합의"
- 이지예 객원기자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한국, 일본, 유럽연합(EU)이 미국산 에너지 대량 구매를 약속하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무역 합의를 타결했지만 실제 이행 여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벌써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31일(현지시간) 무역 협상국들의 미국산 에너지 구매 약속에 관해 "각국의 수요와 미국의 공급 역량과 상관없이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정치 지도자들이 민간기업 참여를 어떻게 끌어낼지도 불분명하다"고 진단했다.
EU는 지난 27일 트럼프 행정부와의 무역 합의에서 앞으로 3년간 원유, 천연가스, 핵 연료 등 7500억 달러(약 1045조 원) 상당의 미국산 에너지 구매를 약속했다.
NYT는 "연간 기준 환산 시 EU가 지난해 미국에서 구입한 금액의 3배가 넘는 규모"라면서 "연간 2500억 달러를 구매하려면 사실상 미국을 유일한 에너지 공급국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경제적으로 타당한 물량이라 쳐도 EU가 회원국 민간 기업에 이렇게 많은 에너지를 구매하도록 강요할 순 없다"며 "미국 정부 역시 자국 석유 가스 기업들에 판매를 어디에 할지 지시할 권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무역 협정은 에너지 구매 같은 약속 이행을 위한 의정서가 들어가고 위반 시 대응책까지 명시한다. 트럼프 행정부와 EU의 합의에는 관련 내용이 들어가지 않았다.
NYT는 EU의 에너지 구매 약속은 그나마 구체적인 편이라며 일본과의 합의는 훨씬 모호하다고 꼬집었다.
백악관은 미일 무역 합의를 '미국 에너지 수출의 대대적 확대'라고 자찬하면서 일본이 약속한 5500억 달러 대미 투자의 대부분을 에너지 인프라·생산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NYT는 알래스카 가스전 개발 사업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는데 일본 입장에선 미국 걸프만 지역에 이미 저렴하고 안정적인 가스 공급처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일본이 화석연료 소비 축소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수십 년에 걸친 에너지 구매 계약 체결이 어떤 가치가 있는지 불분명하다고 NYT는 지적했다.
NYT는 "한국도 같은 논리가 적용된다"며 "한국이 1000억 달러 규모 에너지 구매를 약속했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명시하지 않았다"고 했다. 작년 한국의 미국산 에너지 수입액은 총 194억 달러다.
에너지경제금융분석원(IEFA)의 미셸 김 전문가는 한국은 가스 수요가 감소세라며 장기 계약 대신 필요에 따라 구입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에너지부 관리를 지낸 데이비드 골드윈은 "에너지 관련 약속은 명확하지 않고 강제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희망적인 정치적 장려책에 가깝다"고 말했다.
ez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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