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8월로' 트럼프 27번째 번복…"힘에 의한 무역재편 한계"

90일 유예 종료 앞두고 재차 연기…"8월 1일서 재연장도 열려 있어"
'90개국과 합의' 공언에도 실제 합의 영국·베트남뿐…'타코 트럼프' 재확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 도착해 대통령 전용 헬기 마린원에서 내려 걸어가고 있다. 2025.07.06. ⓒ 로이터=뉴스1 ⓒ News1 윤다정 기자

(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0일간 유예했던 상호관세 발효를 오는 8월 1일까지로 재차 연장했다.

트럼프는 처음 상호관세를 발표한 4월 2일을 '해방의 날'로 부르며 10~50%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 전 세계를 상대로 무역전쟁의 거대한 포문을 열었지만, 상호관세에서만 벌써 두 번째 후퇴다.

합리적인 협상이 아닌 강압에 의한 글로벌 무역질서 재편이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를 다시 한번 여실히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행정명령을 통해 오는 7월 9일 0시 1분을 기해 종료하기로 했던 90일간의 상호관세 유예 기간을 8월 1일 0시 1분으로 20여일 늘렸다.

행정명령에서 트럼프는 "저는 다양한 고위 관료들로부터 받은 추가 정보 및 권고사항, 특히 무역 파트너들과의 논의 진행 상황 관련 정보를 바탕으로 유예 조치를 연장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결정했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4월 5일 트럼프는 모든 무역 파트너 국가를 상대로 10%의 기본관세를 발효했고, 같은 달 9일부터는 57개(56개국+유럽연합) 경제 주체에는 기본관세를 포함한 최종적으로 10~50% 사이의 상호관세를 발효했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9일 당일 오후 기본관세만 유지하고 상호관세 부과를 90일간 전격 유예했는데, 트럼프는 "75개국 이상이 보복 없이 협상을 요청하고 있다"며 협상에 자신을 보였었다. 트럼프 참모들은 '90일간 90개의 무역 합의'를 자신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합의에 이른 국가는 영국과 베트남 2곳에 불과하다. 중국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합의한 국가에 끼워 넣지만, 각각 145%와 125%까지 주고받았던 관세 보복전을 90일간 휴전한 뒤 협상을 시도하고 있을 뿐 무역 합의를 이뤘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번에 유예 기간이 임박해 오자 트럼프는 각국에 통보 서한을 보낼 것이라면서 "관세율이 70%에 달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지만 기한을 연장해 추가 협상을 이어가는 쪽으로 정리됐다.

특히 이날 14개국에 보낸 관세 서한을 보면, 절반 정도의 국가에는 관세율을 오히려 낮췄다. 관세율이 오른 국가는 일본과 말레이시아 정도다. 캄보디아는 49%에서 36%로 무려 13%P 낮췄고, 라오스는 40%로 8%P 인하했다. 한국은 25%를 유지했다.

일본의 경우도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협상 태도를 비난하며 위협해 왔지만 25%로 1%p 소폭 올리는 데 그쳤다.

미 언론과 시장에서는 다시 '타코 트럼프'라는 반응이 나온다. 타코(TACO, Trump Always Chickens Out)는 트럼프가 항상 겁을 먹고 도망간다는 신조어로 트럼프가 강경하게 밀어붙일 것처럼 하다가 이를 번복하는 것을 반복하는 것을 비꼬는 말이다.

미 경제지 포브스는 4월 2일 처음 트럼프가 상호관세를 발표할 때 당시 꽤 합리적으로 관세율을 정한 것처럼 포장했던 것과 달리, 공개한 수식이 단순히 무역적자를 수입액으로 나눈 것으로 드러난 것을 비롯해 그간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에 대해 말을 바꾼 사례를 열거했다. 그러면서 8월 1일까지 재차 상호관세 유예를 연장한 것을 '27번째 번복(flip-flop)'이라고 짚었다.

포브스는 "도이치뱅크 분석가들은 이미 관세 유예를 예측했으며, '추가 양보'가 있을 것으로 주장한다"라고 전했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8월 1일 발효일이) 확고하다고 말하고 싶지만 100% 확고하지는 않다"면서 "만약 그들이 전화해서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뭔가를 하고 싶다'고 말한다면 우리는 그것에 열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yupd0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