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쿨파]세계는 언제까지 불합리한 미대선을 지켜봐야 할까?
- 박형기 기자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정말 이상한 대통령 선거다. 이번 미국 대선은 '누가' 당선되느냐보다 '언제' 끝날지가 더 중요한 선거가 돼버렸다.
특히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하는 자본시장은 누가 되느냐보다 언제 끝날까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고 미국의 경제전문 채널인 CNBC가 보도할 정도다.
미 대선의 결과가 늦게 나오면 나올수록 불확실성이 증폭돼 증시에 독약이 된다. 투자자들이 희망하는 최선의 시나리오는 누가 이기든 승자가 최대한 빨리 결정되는 것이다.
그러나 선거 결과가 적어도 며칠 길게는 몇 주 뒤에나 드러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코로나19 감염이 두려운 유권자들이 우편투표 등 사전투표에 대거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1억 명 가까이가 사전투표를 했다. 이는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총 투표자의 약 70%에 해당한다.
사전투표 중 우편투표가 현장 투표보다 2배 정도 많다. 결국 이번 대선은 우편투표가 승부를 결정한다는 얘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수시로 우편투표의 문제점을 제기하며 만약 질 경우, 불복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실제 버려진 우편투표 용지가 발견되는 등 우편투표는 약간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우편투표 개표를 언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규정이 주마다 달라 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예컨대, 플로리다와 애리조나와 같은 주는 대선일인 11월 3일 이전에 개표를 시작한다. 그러나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등은 대선 일까지 우편투표를 개봉하지 않는다.
또 주마다 우편투표 마감이 다르다. 조지아 등 일부 주는 3일 혹은 이전에 도착한 우편투표만 유효표로 인정한다. 반면 오하이오 등은 11월 3일 소인만 찍히면 대선일 이후에 도착해도 유효표로 간주한다.
개표 초반 한 후보가 월등히 앞서 나간다면 우편투표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박빙일 경우, 우편투표를 모두 집계해야 최종 승부가 결정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미국 대선 결과는 며칠이 아니라 수주가 걸릴 수도 있다.
선거인단도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제도다. 이는 민주주의의 대원칙인 다수결에도 반한다. 지난 대선 때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전체 투표에서 이겼음에도 선거인단 확보에서 밀려 트럼프 대통령에게 고배를 마셔야 했다.
원칙은 단순할수록 명쾌하다. 다수결의 원칙은 한 표라도 많으면 승리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자주 들먹이는 ‘불복’ 같은 단어가 애초에 나올 수 없다.
미국 대선은 불합리한 것투성이지만 미국이 합중국임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미국의 공식 명칭은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오브 아메리카'(United States of America)다. state는 주 또는 나라다. 즉 미국은 50개 국가가 연합한 합중국이라는 뜻이다.
이 같은 나라의 민의를 수렴하는 과정이 간단치는 않을 터. 실제 세계최대의 민주주의 국가인 인도는 대통령 선거 결과를 도출하기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것이 다반사다.
그러나 미국은 세계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나라다. 어떤 대통령이 당선되느냐에 따라 소국의 운명쯤은 간단하게 바꿀 수 있다. 전세계가 미 대선에 주목하는 이유다.
그들의 전통을 존중한다. 그러나 복잡하고 비합리적인 선거 과정을 지켜보기가 짜증나는 것은 사실이다. 언제까지 그들의 비합리를 지켜봐야 할까?
sinopark@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