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터미널' 현실판…시리아 난민 공항살이 끝 加 망명
3월7일부터 쿠알라룸프르 공항 환승라운지서 생활
국제단체 도움으로 캐나다 망명 허가
- 한상희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고국에서 쿠데타가 일어나 미국 공항에 9개월 동안 갇혀 지낸 남성을 그린 영화 '터미널' 같은 상황이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실제로 벌어졌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 공항 환승 라운지에서 7개월간 생활해 온 시리아 난민이 국제단체의 도움으로 캐나다 망명에 성공했다고 27일(현지시간) NBC 뉴스 등 외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10년 넘게 보험사 직원으로 일하던 하산 알 콘타르(37)는 병역 기피 혐의로 여권이 만료돼 졸지에 불법 체류자로 전락했다.
콘타르가 범법자가 된 건 2011년 시리아에서 내전이 발발했을 당시 군복무를 마치지 않아 여권을 갱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시리아로 돌아가면 체포되거나 군에 입대해야 하는 만큼 UAE에서 불법 체류를 하다 2016년 체포됐다.
2017년 새 여권을 발급받았지만 비자 없이 시리아인이 입국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인 말레이시아로 추방됐다.
여행 비자 만료 후 콘타르는 에콰도르에 망명 신청을 하기로 결정했지만 비행기 탑승이 허용되지 않았고 3월7일부터는 공항에 완전히 발이 묶였다.
지난달 초에는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돼 시리아로 송환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콘타르의 망명을 도운 앤드류 브라우어 변호사는 콘타르가 26일 밤 12시 무렵 최종 목적지인 캐나다 밴쿠버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브라우어 변호사는 "망명 신청이 신속하게 처리되는데 국제단체와 많은 지지자들이 큰 도움이 됐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공항에 발이 묶인 콘타르는 트위터에 자신의 상황을 올리며 유명인사가 됐다.
이후 많은 이들이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항공사와 승객들은 기내식과 생활용품을 제공했고, '캐나다 케어링 소사이어티'는 6만 2000명의 서명이 담긴 청원서를 캐나다 이민국에 전달해 정부를 압박했다.
이날 오후 콘타르는 트위터에 영상을 올리고 "지난 10개월 동안 매우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나의 가족, 캐나다의 친구들, 변호사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나는 모두를 사랑한다"며 감격스러운 심정을 전했다.
시리아에서는 8년째 지속되는 내전으로 약 36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전 세계를 떠도는 시리아 난민은 5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angela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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