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취소' 결정까지 긴박했던 백악관
23일 오후부터 본격 논의…24일 오전 초안 작성
한·일 등에 샐까봐 보안유지…北에 전달 뒤 발표
- 장용석 기자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오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내달 정상회담 취소를 공식 발표하기까지 백악관은 전날 오후부터 긴박하게 돌아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 NBC방송은 이날 복수의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목요일(24일) 오전 일부 참모들과 전화 통화를 마친 뒤 '김 위원장과의 회담을 취소한다'는 내용이 담긴 3개 단락짜리 서한을 받아 적게 했다"면서 "관련 논의를 시작한 지 12시간도 채 안 돼 결론이 내려진 것"이라고 전했다.
CNN도 "트럼프 대통령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포함한 참모들과 이른 아침부터 통화하면서 김 위원장에게 보낼 서한의 초안을 작성했다"고 보도했다.
NBC 등에 따르면 백악관 내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계획대로 내달 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할 것인가, 아니면 취소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3일 오후부터다.
펜스 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 존 켈리 대통령 비서실장과 볼턴 보좌관 등이 관련 회의에 참석했고,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24일 오전 트럼프 대통령과 따로 전화 통화를 했다고 한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24일에도 오전 7시부터 약 2시간 동안 관련 회의가 진행됐다"며 "참석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상회담을 하지 말라고 설득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오전 9시43분(북한은 24일 저녁 10시43분)쯤 "현 시점에선 정상회담 개최가 부적절하다"는 내용이 담긴 서한을 김 위원장에게 보냈다.
백악관 관계자들은 앞서 펜스 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담화기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결정한 직접적인 배경이 됐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최 부상은 24일자 담화에서 펜스 부통령이 앞서 언론 인터뷰에 북한 비핵화 방식과 관련, '선(先) 핵포기-후(後) 보상'을 원칙으로 하는 이른바 '리비아 모델'을 재차 언급한 사실 등을 문제 삼아 그를 "아둔한 얼뜨기"라고 비난했다.
또 그는 "미국에 대화를 구걸하지 않겠다"면서 "미국이 우릴 회담장에서 만날지, '핵 대(對) 핵'의 대결장에서 만날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과 처신에 달려 있다"고 경고하기까지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담화 내용을 보고받은 뒤 참모들과 향후 대응 방향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한다.
그러나 다른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미 정상회담 취소는 대북 강경론자인 볼턴 보좌관이 주도한 것"이라면서 "그동안에도 볼턴 보좌관은 회담 개최 문제를 놓고 폼페이오 장관과 충돌해왔다"고 전했다.
앞서 2차례 평양을 방문했던 폼페이오 장관은 전날 하원 외교위원회에 출석했을 때도 방북 당시 김 위원장과의 대화 내용을 소개하며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낙관론'을 거듭 피력했다.
그러나 그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 서한 발표 뒤엔 "북한이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협의에 응하지 않고 전화도 받지 않는다"며 "'성공적인 결과'(successful outcome)가 나올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회담을 취소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북한이 먼저 정상회담 취소를 발표할까봐 트럼프 대통령이 선수를 쳤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취소 여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관련 내용이 사전에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철저히 보안을 유지토록 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일본 등 주요 동맹국들 또한 백악관의 공식 발표 뒤에야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백악관 관계자는 "어제(23일)까지만 해도 이런 결정이 내려질 거란 징후는 없었다"고 부연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 발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김 위원장이 건설적 대화와 행동에 나서기를 기다릴 것"이라고 밝혀 북한과의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은 것은 아니란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미 정부 관계자는 "(정상회담 개최의) 공은 이제 북한 쪽으로 넘어갔다"면서 "그러나 (북한의 결정을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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