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흑인폭동 소재 영화 캐나다서 첫 선…인종주의 지적

터키계 감독 "트럼프·에르도안, 정치 이득 위해 인간의 악한 본능 이용"

LA 흑인폭동을 소재로 한 영화 '킹스'의 데니즈 감제 에르구벤 감독. ⓒ AFP=뉴스1

(서울=뉴스1) 정이나 기자 = 1992년 로스앤젤레스(LA) 흑인 폭동을 소재로 한 영화가 13일(현지시간)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였다.

AFP통신에 따르면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던 터키계 프랑스인 영화감독 데니즈 감제 에르구벤의 신작 '킹스'(Kings)는 LA 도심 중심부 흑인 거주지역에서 양자녀를 키우는 싱글맘 밀리와 그의 이웃 오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할리 베리가 LA 폭동 당시 자신이 키우는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주인공 밀리 역을, 대니얼 크레이그가 그의 이웃인 오비 역을 맡았다.

에르구벤 감독은 영화를 통해 최근 전 세계에 팽배한 인종차별주의를 꼬집고 있다.

이 영화는 버지니아 샬러츠빌 네오나치 시위 현장에서 반(反)인종차별 시위를 벌이던 여성이 백인우월주의자에 의해 목숨을 잃는 등 인종차별 관련 사건사고가 확산되는 가운데 선보인 것이라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에르구벤 감독이 두 번이나 프랑스 시민권 발급을 거부당했던 과거의 경험도 영화에 영감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결국 프랑스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었지만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DACA) 제도 폐지 방침에 따라 미국에 살고 있는 수만명의 이민자 청년들이 과거의 에르구벤과 같은 처지에 놓여있다.

에르구벤 감독은 이를 "내가 사랑해온, 내 뿌리가 있는 곳에서 거부당하는 느낌"이라고 "그동안 내가 쌓아온 모든 것이 위태로워지고 가슴이 무너지는 감정"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킹스'는 1991년 LA에서 한국인 상점 주인이 오렌지 주스를 훔친 15세 흑인 소녀 라타샤 할린스의 머리에 총을 쏴 숨지게 한 사건을 비추는 것으로 시작된다. 당시 상점 주인은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됐지만 500달러의 벌금형만 받고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교통단속에 걸린 흑인 청년 로드니 킹이 백인 경찰관들에 의해 무차별 구타당하는 영상이 공개된 이른바 로드니 킹 사건 13일만에 일어났다.

그로부터 약 1년뒤인 1992년 4월 킹을 구타한 경관 4명에 대해 배심원단이 무죄를 평결했고 분노한 흑인 사회는 LA에 있는 한국인 상점을 수천곳을 약탈하거나 방화하는 것으로 분노를 표출했다. 당시 폭동으로 인해 63명이 사망하고 200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에르구벤은 "인간의 가장 악한 본능을 찌르기는 매우 쉽다. 그런 본능은 (어느 사회에든) 잠든채, 언제나 존재하고 있다"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나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이득을 위해 인간의 악한 본능을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l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