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로 美 기업 죽어난다"…트럼프의 향배는?

"화폐전쟁 확전 위험" vs "보호무역보다는 낫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지난 20년 동안 이어졌던 미국의 달러 정책이 거대한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사업가 출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강한 달러'를 미국 기업의 부진의 배경으로 지목했다.

그 동안 미국의 경제 정책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달러를 용인해왔다. 하지만 트럼프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달러 강세가 미국 기업을 죽이고 있다'(It's killing us)라고 언급하며 전 세계를 상대로 새로운 화폐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트럼프의 경제팀은 달러 강세의 문제를 들여다 봐야 한다며 대통령 당선인의 발언을 부연했다. 정권인수팀의 앤소니 스카라무치는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달러가 오르는 것은 국제적일 뿐 아니라 미국 국내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달러 강세에 대한 반감은 기존의 정권과는 다른 모습이다. 앞선 정부들은 정권 초기 달러 강세에 대해 강력한 미국 경제를 상징하는 것으로 찬양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정권이 무역적자 감축을 공약으로 당선된 만큼 달러는 약해져야 한다.

문제는 미국 정부가 달러를 끌어 내리기 시작하면 화폐전쟁이 2008년 위기보다 더 큰 규모로 확전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FT는 지적했다. 트럼프가 중국을 주요 공격대상으로 삼고 있지만 양적완화를 주도하고 있는 유럽과 일본으로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 이 경우 주요 7개국(G7)이 그 동안 오랫동안 지켜왔던 '시장이 통화의 가치를 결정한다'는 컨선서스가 해제될 것이라고 FT는 전망했다.

중국 위안화와 미국 달러 지폐 ⓒ AFP=뉴스1

마크 챈들러 브라운브라더스해리먼 글로벌 외환전략부 대표는 "미국 대통령이 달러 하락을 언급하기 시작하면 과거 화폐전쟁은 '흉내'낸 것에 불과한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G7의 컨선서스를 와해시켜 금융시장의 불안정을 촉발하고 해외 투자자의 미국 자산 투자를 억제할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의 구두 개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에 의문을 제기한다. 트럼프의 감세는 금리 인상을 앞당기며 결국 달러는 강해질 수 밖에 없다. 또 '중국이 환율을 조작한다'는 트럼프의 비난은 이미 시대에 뒤처진 감이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하지만, 프레드 버그스텐 피터슨국제경제학연구소 시니어 펠로우는 보복관세나 무역장벽 같은 방안보다 환율이 무역 적자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구두 개입을 통해 달러를 넌지시 낮출 수 있다면 다른 대안들에 비해 덜 위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와 프라사드 코넬대 경제학 교수는 트럼프의 달러 발언에 대해 "최소한 마초적 국수주의 발언에 앞서 경제적 현실주의를 우선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쇠퇴하는 산업의 미국 일자리를 보존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업가 출신 트럼프가 달러 가치의 중요성을 인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kirimi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