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 15년…'2001년 이후 세대'에 역사 가르치기
- 손미혜 기자

(서울=뉴스1) 손미혜 기자 = 단 한순간에 약 3000명의 목숨을 앗아간 9·11테러가 발생한 지 올해로 15년이 됐다.
이후 테러 현장인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엔 당시 숨진 희생자들의 이름 하나하나가 새겨진 추모박물관이 생겼고, "9·11을 잊지 말자"는 2011년 9월11일 이래 미국 사회의 핵심 슬로건으로 자리매김했다.
쌍둥이 빌딩이 무너진 지 15년이 흐른 지금 공동체의 '집단적 기억'이 형성되는 장소인 교실의 경우 대부분 9·11을 자신의 기억이 아닌 단순한 역사적 사건으로 받아들이는 이들로 가득 찼다.
그러나 참사를 경험하지도, 기억하지도 못하는 '9·11 이후 세대'에게 테러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는 미국에서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남아 있다.
매사추세츠주 그린필드 중학교 7학년인 케일라 에그웨어는 '9·11테러'에 대해 "다른 사람들의 삶에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난 그때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잘 모르고, 어떻게 여겨야 하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같은 학년의 조시 실베스터도 "쌍둥이 빌딩 2개가 무너졌다는 것만 알지, 다른 무슨 일들이 벌어졌는지는 모른다"고 밝혔다.
그린필드 중학교는 이전까지 9·11을 거의 가르치지 않았다. 매년 9월11일에 묵념을 하고 간단한 토론시간을 갖는 게 전부였으나, 올해부턴 9·11테러 배경으로 한 주얼 파커 로즈의 소설 '무너진 타워'(Towers Falling)를 통해 9·11을 읽고, 함께 논의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그러나 그린필드 중학교의 사례는 보편적이지 않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고등학교 사회 교과과정의 일환으로 9·11을 가르치는 곳은 약 20개주에 불과하며, 이들이 배우는 것도 대부분 협소한 시각에 그칠 뿐 원인이나 맥락·여파에 대해선 가르치지 않는다.
설문을 진행한 셰릴 린 덕워스 노바사우스이스턴대 교수는 "9·11에 대한 교육은 대단히 비(非)역사적이고 맥락 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9·11 교과과정을 분석한 윌리엄메리칼리지의 제러미 스토다드 교수도 "현재 9·11을 어떻게, 얼마나 교육할 것인가는 각 교사들의 재량권으로 남아 있다"면서 "'최상의' 학습 자료는 역설적으로 교과서가 아닌 온라인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밝혔다.
시민교육참여연구센터의 2011년 보고서 역시 교과과정 내 9·11에 대한 부분이 매우 부실하며, 당시 공격과 미국의 대응을 둘러싼 다양한 논쟁적 맥락들을 거의 다루고 있지 않다고 기술하고 있다.
다만 9·11테러 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이들의 숫자는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전미 9·11추모박물관 측은 최근 9·11교육을 위한 교사 연수과정 수요가 늘면서 관련 과정을 증설했으며, 교사를 위한 1주일짜리 여름세미나도 추가로 개설했다고 밝혔다.
덕워스 교수는 많은 교사들이 9·11을 가르칠 때 이라크전쟁, 아프가니스탄전쟁, 애국법(Patriot Act)과 시민자유, 이슬람 급진주의와 이슬람 혐오 등 복잡한 맥락을 다루는 데 혼란을 느끼지만, 9·11의 복잡성을 모두 가르치지 않는다면 편견과 잘못된 정보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랑스 파리와 벨기에 브뤼셀, 터키, 샌버나디노 등에서 급진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의 대량학살이 끊임없이 벌어졌고, 반(反)이민·반무슬림 정서가 급증하고 있는 현 시점에 9·11을 단순히 '미국 역사의 가장 암울했던 날'이 아니라 올바로 가르치는 것은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yeoulim@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