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이라크 공동지원…"스탈린과도 손 잡았는데… "

양국 정부 이르면 이번 주 핵협상 때 이라크 논의
사우디·터키 등 수니파 동맹국과의 관계 악화 우려
핵협상에서 이란에 강경기조 유지 못할 수도

이라크 시아파 지도자 아야톨라 시스타니의

(서울 로이터=뉴스1) 이준규 기자 = 미국이 이라크 사태 논의를 위해 이번 주 안에 이란과 만날 전망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 고위 관료들을 인용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양국 정상으로는 34년 만에 이뤄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간 전화 통화로 다소 해빙기를 맞은 양국 관계가 이번 이라크 사태를 계기로 어떻게 변할지 주목된다.

양국 정부는 주말 동안 이라크 사태와 관련한 협력의 필요성을 확인한 바 있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14일 호시야르 제바리 이라크 외무장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ISIS)'에 위협받고 있는 이라크를 돕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와 이웃국가의 도움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 당국 관계자들도 미국이 ISIL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란을 비롯한 중동지역 국가들과 논의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맹렬히 비난해 오던 공화당 인사들도 이란과의 협력을 촉구하고 있다.

공화당 린제이 그래험(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15일 CNN을 통해 "우리가 왜 스탈린과 손을 잡았는가. 그가 히틀러만큼 나쁘지는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란은 이라크 정부가 함락당하지 않도록 도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로하니 대통령도 14일 "미국이 행동을 시작한다면 이란도 협력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이라크로부터 구체적인 도움을 요청받지는 않았지만 국제법의 틀 안에서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15일 자신의 자문인 하미드 아부탈레비의 트위터를 통해 "이란과 미국은 이라크 사태를 평화로운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유이한 국가이다"라고도 강조했다.

양국 간 대화 채널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가능한 방안 중 하나는 16일부터 오스트리아 빈에서 'P5+1(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독일)'과 이란이 만나는 핵협상 자리이다.

핵협상의 이란측 대표인 모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은 9·11 테러 이후 탈레반과 수니파 무장세력의 제거, 아프가니스탄에 하미드 카르자이 정권 수립 등을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논의한 교섭 담당자로 활동했다.

케리 장관은 "핵협상과 이라크 사태가 연관되거나 섞이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핵협상 장에서 대화가 열린다고 하더라도 주된 내용과는 별도로, 바깥쪽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아파 국가인 이란과의 협력이 수니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와 터키, 요르단 등 중동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껄끄럽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은 미국에게 있어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란은 역시 시아파인 누리 알 말리키 총리가 펼치고 있는 수니파에 대한 정치·경제적 억압 정책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불만을 느낀 수니파가 ISIL을 지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이란과 손을 잡고 이라크 내에서 군사활동을 전개할 경우 이라크 내의 종파 간 양극화를 오히려 부추길 수 있다.

이라크에서 폭넓게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상황은 내 적의 적이 여전히 내 적인 독특한 경우"라며 "이라크내 공유할 수 있는 이해관계는 넓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라크 사태에 대한 양국의 협력이 현재 진행 중인 핵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또 하나의 부담이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란은 그간 협상에 충실히 임해왔다. 마감시한인 오는 7월20일까지 결론을 내지 못한다면 협상 환경은 더 이상 과거와 같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이스라엘을 비롯한 미국의 중동 동맹국들은 미국이 이란과 손을 잡을 경우 이후 협상에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핵협상을 비롯해 자국의 안보에도 위협을 주고 있는 ISIL의 소탕 기회가 다가온 만큼 미국과의 협력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이드 레이라즈 이란 정부 정치자문은 "실존하는 안보 위협을 느끼고 있는 이란은 미국과의 협력에 기꺼이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의 한 저명한 정치인도 "이번 사태는 이란이 미국과의 외교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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