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석학 "다카이치 야스쿠니 '원격 참배'는 전쟁의식이자 정치쇼"

총리측 "원격 참배는 고육지책"…보수 일각 "그 정도로는 불충분" 불만
다카하시 도쿄대 명예교수 "요배, 2차대전 사기 고취 의식의 일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달 15일 도쿄 부도칸에서 열린 제2차 세계 대전 일본 항복 81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6.8.15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일본의 제2차 세계대전 패전일인 지난달 15일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 직접 참배 대신 먼발치에서 기도를 올린 '요배'(遥拝·요하이) 행위가 지지층을 의식한 정치적 쇼라는 분석이 나왔다.

다카하시 데쓰야 도쿄대 명예교수는 6일 공개된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다카이치 총리의 요배에서 "참배는 할 수 없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간 행보를 보이고 싶다는 의도가 엿보인다"며 "일부러 언론 앞에서 행한 것으로, 정치인으로서의 퍼포먼스"라고 지적했다.

다카하시 교수는 철학을 전공했으며 과거 '야스쿠니 문제' 등의 저서를 집필한 좌파 성향 논객이다.

앞서 지난달 15일 다카이치 총리는 전국전몰자추도식 행사가 열린 일본무도관 주차장에서 잠시 내려 북서쪽으로 약 500m 떨어진 야스쿠니 신사를 향해 '신도'(神道) 형식으로 2번 허리를 숙이고, 2번 손뼉을 친 뒤 다시 한번 허리를 숙여 절하는 요배를 했다.

그와 동행했던 취재 기자가 총리 비서관에게 문의하자 "야스쿠니 신사를 향해 요배한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아사히는 총리관저 내에서 "요배가 뭐냐"라는 목소리도 나올 정도로 그의 요배 계획을 미리 알고 있던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강경 보수 성향의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전 매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는 "적시에 적절히 판단할 것"이라며 참배 보류를 시사했다. 그와 가까운 한 의원은 "보수파뿐만 아니라 당내의 폭넓은 지지를 얻을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총리 취임 후 지난해 11월 '대만 유사시' 발언으로 인해 중일관계가 얼어붙자 보수파 각료들조차 "절대 참배해서는 안 된다"며 "중국과의 대화 실마리조차 찾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리관저 관계자는 요배가 "고육지책이었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와 가까운 한 각료도 "보수 지지층에게는 참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줄 수 있었고, 중국과 한국의 비판은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보수 진영의 목소리는 엇갈렸다. 다카이치 총리를 지지하는 한 보수단체 간부는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의 자세로 보여준 것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민족주의 단체인 '잇스이카이'(一水會·일수회)의 청년국은 지난달 26일 다카이치 총리에게 요배가 "문제를 모호하게 넘기려는 미온적인 대응"이라고 비판하는 항의문을 보냈다. 항의문 작성에 참여한 한 인사는 아사히에 "영령에게 예의를 다했다고는 할 수 없으며, 요배는 지지층을 위한 알리바이 만들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일이자 일본의 패전일인 지난달 15일 사람들이 일본 도쿄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한 모습. 2026.8.15 ⓒ 로이터=뉴스1

현직 총리의 요배는 매우 이례적으로, 1984년 이후 아사히신문 데이터베이스의 총리 동정 기사에서 요배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았다.

다카하시 교수에 따르면 요배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사자를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하는 '임시 대제'에서 일본군이 일왕의 참배에 맞춰 행했다.

일본군은 일본 국내는 물론 한반도, 대만 등 식민지 주민들에게도 묵념을 요구했다.

다카하시 교수는 일왕이 임시 대제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이 의식은 전쟁에서의 사기 고취와 국민의 일체성을 조성하는 기능을 했고, 요배는 그 일부였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외교 문제 등보다 앞서, 정교분리의 헌법 원칙을 바탕으로 일본의 전쟁 역사에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가 쟁점이 되는 문제"라고 짚었다.

gw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