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 APEC 앞 한중 '대만관' 돌발변수?…"관계 훼손은 없을 듯"
中외교부 "엄정한 교섭"에도…주중대사관엔 별도 입장 전달 없어
中, 韓에 '하나의 중국' 유지 요구하면서도…갈등 확산엔 '거리두기'
- 노민호 특파원
(베이징=뉴스1) 노민호 특파원 = 오는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전면 복원' 흐름을 이어가던 한중관계에 광주비엔날레 '대만관' 명칭 문제가 돌발 변수로 떠올랐다.
중국 측은 전시 철수와 지방정부 간 교류 취소에 이어 외교부 차원의 공식 입장까지 내놓으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다만 중국 측이 한국 정부가 그간 하나의 중국과 관련한 기존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는 점도 함께 언급하고, 정부 간 외교채널을 통한 추가 압박 움직임도 현재까지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어 한중관계 전반으로 갈등을 확산시키는 데는 신중한 모습이다.
중국 측 반발은 제16회 광주비엔날레의 대만 측 전시관 명칭을 둘러싼 논란에서 비롯됐다.
대만 문화부는 당초 '대만 파빌리온'이라는 명칭으로 전시를 준비했지만 광주비엔날레재단이 지난 6월부터 국가명 대신 '국립대만미술관'(NTMoFA)을 사용하면서 반발했다. 이후 재단이 지난달 다시 '대만 파빌리온' 명칭을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하자 이번에는 중국 측이 '하나의 중국' 원칙 위반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중국 측 참여 작가들은 전시 철수를 결정했고, 오는 6~7일 전남광주를 찾을 예정이던 광저우시 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대표단의 방문도 취소됐다. 저장성 저우산시 역시 여수세계섬박람회 홍보관 운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 중국대사관은 대변인 담화를 통해 비엔날레 측의 명칭 사용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중한관계의 정치적 기반을 직접 훼손했다"고 반발했다. 주광주 중국총영사관도 별도의 담화를 내고 비엔날레 측의 결정을 비판했다.
중국 외교부도 3일 늦은 밤 공식 입장을 냈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 이후 나온 언론 질의에 대한 답변 형식에서 중국 측이 이미 한국 측에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며 관련 측에 잘못된 조치를 즉각 시정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 외교부는 한국 정부가 올해 여러 차례 '하나의 중국'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혀왔다는 점도 함께 언급했다.
궈 대변인은 1992년 한중 수교 공동성명을 거론한 뒤, 비판의 초점은 광주비엔날레 주최 측에 맞췄다. 한국 정부를 향해서도 하나의 중국 원칙 준수를 촉구했지만, 우리 정부의 기존 입장은 별도로 확인한 것이다.
우리 정부도 이번 사안과 정부의 대만 관련 입장을 분리하고 있다.
박두순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사안은 문화·예술 영역에서 민간 자체 판단하에 이루어진 결정에 따른 것으로 우리 정부의 대만 관련 입장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일이 한중관계 및 양국 간 교류 협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뉴스1의 취재를 종합하면 특히 중국 외교부가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주중 대한민국대사관에 중국 측의 별도의 입장이 전달된 정황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주중대사관은 이번 사안이 한중관계 전반으로 크게 번지지 않도록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대만관' 논란이 확산한 3일 중국의 또 다른 지방 외교채널에서는 한중관계 발전을 강조하는 메시지가 나왔다.
주제주 중국총영사관은 이날 천젠쥔 총영사가 지역 매체에 기고한 글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천 총영사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양국 정상의 상호 방문으로 "중한관계가 다시 개선·발전의 정상 궤도로 돌아왔다"고 평가하면서 양국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기고가 광주비엔날레 논란을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같은 날 광주에서는 '정치적 기반 훼손'이라는 강경 메시지가 나온 반면 제주에서는 관계 발전을 강조했다는 점은 눈길을 끈다.
최근 한중관계는 지난해 1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 방한과 올해 1월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복원 흐름을 이어왔다.
지난달에는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약 5년 만에 양자 방한했다. 당시 우리 외교부는 왕 부장의 방한을 11월 선전 APEC을 앞두고 '한중관계 전면 복원'의 성과를 점검하고 다음 단계 고위급 교류를 준비하는 계기로 평가했다.
현재까지 이번 '대만관' 논란이 고위급 교류나 11월 APEC 계기 정상외교 준비에 영향을 미칠 만한 징후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번 사안은 관계 개선 국면에서도 중국이 '핵심이익'으로 간주하는 대만 문제가 언제든 돌발 변수로 등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현재까지는 양측 모두 사안이 한중관계 전반으로 번지는 것을 경계하며 신중하게 관리하는 모습이다. 추가적인 외교·정치적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이번 논란도 11월 선전 APEC을 앞둔 한중관계의 큰 흐름을 흔들기보다는, '제한적 갈등'으로 관리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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