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러 SCO 첫 '핵안보 선언'…이란 손잡고 "평화적 핵시설 공격 규탄"
핵시설 방호·조기경보 협력 강화…美·이스라엘 직접 언급은 안 해
- 노민호 특파원
(베이징=뉴스1) 노민호 특파원 = 이란 핵프로그램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 속에서 중국과 러시아 등 반(反)서방 국가들이 주축인 상하이협력기구(SCO)가 '핵안보 공동선언'을 채택해 주목된다.
SCO 10개 회원국 정상은 지난 1일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에서 열린 제26차 정상회의에서 '핵안전·핵보안 다자 파트너십 강화에 관한 선언'을 채택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SCO가 핵안전·핵보안 문제만을 별도로 다룬 선언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선언은 "평화적 핵시설에 대한 어떠한 공격이나 공격 위협도 단호히 규탄한다"며 "이러한 행위는 국제법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제 평화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행동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선언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비롯한 국제법에 따라 핵에너지를 평화적으로 이용할 권리가 있다는 점도 재확인했다.
특히 핵보안에 대한 책임은 각 국가에 있으며 핵안전에 대한 책임은 핵시설 운영기관과 해당 시설이 위치한 국가에 있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SCO 회원국들은 핵시설과 관련 인프라를 겨냥한 위협 등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핵시설에 대한 물리적 방호와 방사성 폐기물 관리, 핵·방사선 사고에 대비한 조기경보 시스템 등도 강화하기로 했다.
선언은 미국이나 이스라엘, 이란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격 등으로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나온 선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란은 2023년 SCO 정회원국으로 가입했으며 이번 정상회의에도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참석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합리적이고 조율되며 균형 잡힌 핵안보관을 견지하고 더욱 강력한 다자간 핵안전·핵보안 파트너십 구축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SCO가 안보를 중요한 목표로 삼아야 한다며 "공동 안보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도 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SCO는 외형적으로 비동맹·비대결·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3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란 등이 가세하며 세를 확대하면서 서방에서는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맞서는 다자협력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중국 전문가들은 이번 선언이 미국 등 서방을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번 선언은 지난해 톈진 SCO 정상회의에서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이 평화적 핵에너지 이용과 비상 대응 등을 담은 별도 선언 채택을 제안한 데 따른 결과물 성격도 있다.
주융뱌오 란저우대 아프가니스탄연구센터 주임은 SCMP에 이번 선언의 의도가 "직접적인 경쟁보다 자율성을 주장하는 데 있다"며 서방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이라는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다만 미국과 이스라엘을 대하는 SCO 회원국들의 입장에 차이가 있음에도 이란의 주권을 지지하고 평화적 핵시설에 대한 공격에 반대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은 이번 선언의 특징으로 꼽힌다.
특히 SCO가 핵안전·핵보안 분야에서도 회원국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독자적인 규범과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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