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컨테이너선, 북극항로로 유럽 향했다…중국 선점에 도전장
수에즈 운하보다 약 10일 단축 기대…부산 환적항 지위 지키기
러시아 허가와 제재 부담 여전…보험·정기성 확보가 성패 가른다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한국 컨테이너선 '팬스타 아크로(PanStar Acro)'호가 부산항을 떠나 러시아 북극 연안을 따라 유럽으로 향했다. 한국 컨테이너선이 북극항로(NSR)를 이용해 유럽행 상업 운항을 시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현지시간) 한국 정부와 해운업계가 북극항로를 통해 부산과 로테르담 간 운항 거리를 단축하고, 기존 수에즈 운하 경로 대비 운항 기간을 약 10일 줄여 연료비 등 운영 비용을 절감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시험 운항은 중동 분쟁과 홍해 및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정성으로 해상 공급망 리스크가 고조된 상황에서 대체 항로를 확보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북극항로 분야에서는 중국이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 중국 선사들은 다년간의 계절 운항 경험을 토대로 유럽행 정기 컨테이너 서비스를 추진 중이며, 러시아 국영 원자력기업 로사톰(Rosatom)으로부터 다수 선박의 통항 허가를 획득했다.
중국이 북극항로 물동량을 선점할 경우 세계 2위 환적항인 부산의 입지가 약화할 수 있다는 게 한국의 우려다.
이에 따라 팬스타는 한·중·일을 잇는 기존 네트워크를 활용해 조선·철강·석유화학·물류 인프라가 집약된 부산을 거점 삼아 화물을 집결·수송하는 물류 플랫폼을 구상하고 있다. 이미 인접국 화주들의 환적 문의가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구 감소와 제조업 유출로 장기 침체를 겪어온 부산에 북극항로는 동남권 해양 복합 물류의 새로운 돌파구로 주목받는다. 북극항로 개척은 특수선 건조, 선박 수리, 벙커링, 극지 운항 교육 및 해운 금융 등 연관 산업의 동반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가장 큰 현실적 난관은 러시아의 지정학적 리스크다. 북극항로는 러시아가 관리하므로 통항 허가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관리 주체인 로사톰 등 관련 기관이 서방의 제재 대상에 올라가 있다.
정부는 이번 시범 운항에서 러시아 기관에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고 사전 협의를 거쳤다고 밝혔으나, 향후 상업 운항이 정례화될 경우 제재 준수 문제가 한층 복잡해질 수 있다.
금융과 보험의 불확실성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북극해는 극한 환경으로 인해 사고 발생 시 구조와 환경 대응 비용이 막대해 일반 보험 인수가 제한적이다.
제재 리스크 때문에 금융권의 결제 처리나 글로벌 재보험사의 담보 인수가 거부될 경우 실질적인 상업 운항은 성립하기 어렵다.
여름철에만 운항이 가능한 계절적 한계와 극한지 운항에 수반되는 추가 비용 탓에 수에즈 운하 대비 경제성 확보 여부도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북극항로 상용화를 위해서는 단순한 거리 단축을 넘어 운항 신뢰성과 제도적 안정성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문예찬 연세대 연구원은 FT 인터뷰에서 "해운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거리가 아니라 일정의 신뢰성, 반복 운항 능력, 보험 및 금융 접근성, 안정적인 화물 확보, 그리고 예측 가능한 통행료와 규정"이라고 말했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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