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증시, 레버리지 광풍 뒤 불신과 트라우마만 남았다"-로이터

전문가 "한국의 투기적 투자는 '오징어 게임'과 같아"
심리적으로도 큰 상처 남겨…"주식 스트레스 환자 늘어"

2거래일 연속으로 코스피, 코스닥 시장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한 지난 7월 2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되어 있다. 2026.7.29 ⓒ 뉴스1 최지환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한국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정부의 구상이 오히려 투자자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고 로이터통신이 21일 분석했다.

코스피 지수가 이미 상당히 오른 시점에서 규제 완화와 레버리지 상품 도입으로 '투자 광풍'이 불어 롤러코스터 같은 급등과 급락이 반복되는 통에 많은 투자자들에게 고통과 트라우마를 남겼다는 것이다.

지난 6월 19일 정점을 찍은 코스피는 두 달 만에 30% 급락했다. 이재명 대통령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며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를 허용했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위험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빚을 내 투자에 뛰어들었다.

신용융자 잔액은 6월 말 30조 원에 달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무모하더라도 레버리지나 신용거래가 무너진 사다리를 조금이라도 오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한 한 30대 투자자는 시장 정점에서 66% 수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AI 붐으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시가총액 1조 달러 기업으로 도약하면서 투자 열기는 극에 달했다. 그러나 7월 초 VKOSPI(한국 공포지수)가 사상 최고치인 97.99까지 치솟으며 분위기는 급격히 반전됐다.

씨티는 개인 투자자들이 레버리지 ETF에서 387억 달러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했다. 리우톨드 그룹의 천왕 디렉터는 "한국의 투기적 투자 역사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과 같다"며, 극심한 압박 속에 평범한 사람들이 고위험 게임에 끌려들어 결국 모든 것을 잃는다고 비유했다.

주가 폭락은 심리적으로도 투자자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주식 관련 스트레스를 치료하는 서울의 한 정신과 의사는 "작년에는 하루 환자가 7~8명으로 줄었지만, 올해 6월 이후 다시 폭증해 현재는 하루 평균 11명을 치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미국 시장으로 눈을 돌렸지만, 국내에서는 정치권의 사과와 규제 강화에도 불신이 여전하다. 유진투자증권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 성과가 자리 잡기 전에 변동성이 지나치게 커져 외국인 장기 투자가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30년간 투자해 온 한 80대 은퇴자는 "투자금의 35%를 잃었고, 앞으로는 코스피에 다시 투자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증시는 여전히 지난해 10월 대비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투자자들의 상처와 불신은 쉽게 치유되지 않을 전망이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