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휴머노이드, 정부가 사고 업체는 데이터 되사…"여기도 순환금융"

FT "정부지원 훈련센터가 로봇업체 주요 고객…상업 수요 의문"

19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 징안구의 유니트리 로보틱스 체화지능 체험센터를 찾은 사람들이 유니트리 로보틱스의 원격 조종 로봇을 보고 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중국이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육성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실제 민간 수요가 얼마나 탄탄한지를 놓고 의문이 제기된다. 지방정부 지원 훈련센터가 로봇을 사고, 여기서 생산한 데이터를 다시 로봇업체가 구매하는 순환 구조가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20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업체들은 매출의 상당 부분을 정부 지원 훈련센터에서 올리고 있다. 센터는 구매한 로봇을 사람이 원격 조작해 훈련시키고 이 과정에서 생성한 데이터를 다시 제조업체에 판매한다. FT는 이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엔비디아의 '순환 금융'을 연상시키는 구조라고 평가했다.

중국 정부는 지방정부에 대규모 로봇 훈련센터 건설을 장려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인터랙트애널리시스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중국에서 설립됐거나 건설 중인 훈련센터는 90곳을 넘었다. 최근 2년간 새로 생긴 로봇 스타트업도 약 370곳에 달하고 50곳 이상이 상장했거나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다.

하지만 정부가 만들어낸 초기 수요가 실제 상업 수요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베이징의 한 벤처캐피털 고위 투자자는 "초기 투자자들 사이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기대가 과열 정점에 가까워졌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일부 지분을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할 기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선전의 러쥐로봇은 지난해 주력 휴머노이드 '쿠아보' 판매의 45%를 훈련센터에서 올렸다. UB테크도 지난해 정부 지원 훈련센터에서 1억4000만위안(약 2100만달러) 규모의 주문을 받았다. 유니트리는 2025년 첫 9개월간 휴머노이드 매출의 약 4분의 3이 대학 등 교육·연구 분야에서 나왔다.

이 같은 정부 구매에 힘입어 출하 전망도 급격히 높아졌다. 모건스탠리는 중국의 올해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 전망을 2만8000대에서 5만대로 상향했다. 지방정부와 상업 고객의 구매가 예상보다 많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훈련 데이터의 실효성이다. 중국 북부의 한 훈련센터 관계자는 하루 8시간 로봇을 훈련해도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는 평균 2~3시간 분량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업체별 데이터의 호환성도 낮다. 골드만삭스는 고품질 실제 환경 데이터 부족을 휴머노이드 로봇의 광범위한 도입을 가로막는 최대 장애물로 꼽았다.

정부와 업체의 밀접한 관계로 실제 수요를 가늠하기도 어렵다. 베이징 최대 로봇 훈련센터에는 쿠아보 100대 이상이 배치돼 있는데 제조사 러쥐가 센터 운영회사 지분 약 38%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전기차와 태양광처럼 정부 구매로 초기 시장을 만든 뒤 기술과 공급망을 키워 세계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반면 한 투자자는 "로봇이 실제 공장에 대규모로 투입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면 향후 1년 사이 투자자들이 기업가치를 재평가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