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투자 늦어지자 한미훈련 축소 압박…美 "가장 느린 협상가들" 불만

美폴리티코 보도…"이란전 미지원은 물론 통상문제 불만 누적 영향이 커"
韓 3500억달러 대미투자, 1건도 확정 안돼…日 이미 6개 프로젝트 서명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의 대폭 축소를 지시한 이유 중 하나로 이란 전쟁에 대한 한국의 지원 거절을 내세웠지만, 이면에는 한국의 대미투자 약속 이행 속도가 느리다는 불만 역시 작용했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3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의 친분을 언급하며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한미연합훈련 대폭 축소를 지시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다소 관련이 없겠지만(?)"이라고 적은 뒤 "나는 최근 한국 대통령에게 이란의 비핵화에 동참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는데 그들은 '사양하겠습니다(No thanks)'라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자신이 이재명 대통령과 통화한 내용을 언급, "'우리는 3만 9000명의 병력을 한국에 주둔시켜 이웃 나라인 김정은으로부터 당신들을 지키고 있는데, 이란에서의 아주 간단한 군사 작전에 협조하지 않는 건 이상하다'고 말했다"며 "우리를 도와주지 않는 나라들을 우리가 일일이 보호할 수는 없다"고 부연했다.

한국 정부의 입장에 밝은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지원 요청에 대한 한국의 미온적인 반응에 불만을 품고 한국을 공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 김정은과의 좋은 관계를 언급하며 이를 감추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 측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이 한국에 대한 미국 행정부 전반의 경제적 불만에서도 비롯된 것이라고 폴리티코에 전했다.

앞서 한국은 지난해 11월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과 3500억 달러(495조 원) 규모의 대미투자 계획을 제시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 부과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춘 바 있다. 한국은 그중 1500억 달러를 조선업 투자에 배정했으나, 나머지 2000억 달러의 투자처를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은 한국 정부가 대미투자 약속 이행을 늦추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측 관계자는 한국과의 협상이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의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며 "그들은 역대 가장 느린 협상가들"이라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한국이 이번 투자를 일반 투자처럼 취급하면서 모든 세부사항을 꼼꼼히 점검한 뒤 발표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그런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 한몫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한 지난 6월 한국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미국 쿠팡에 6246억원 규모 과징금을 부과한 조치에도 반발해 왔다. 당시 백악관은 "쿠팡 등 미국 기술 기업을 표적으로 삼거나 차별하는 규제 및 법 집행과 관련해 한국 정부에 대해 지속적인 우려를 갖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를 두고 "상대국과 미국의 경제와 안보 관계를 하나로 묶어 다루는 특성을 잘 보여준다"며 "어느 한 분야에서 발생한 불만이 다른 분야에 대한 평가로 번지는 양상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한 관계자는 "대통령은 레버리지(협상 수단)를 활용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레버리지는 기꺼이 사용할 의지가 있을 때 생기는 법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로 이를 활용한다"고 전했다.

고율 관세 인하를 위해 5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합의를 맺은 일본과 비교할 때 한국이 대미투자 집행이 지연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과 일본은 이미 6개 투자 프로젝트에 최종 서명했으며, 대기 중인 잠재적 투자 프로젝트 목록도 확보해 둔 상태다.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의 첫 번째 대미투자 프로젝트로 에너지·발전·광물 둥 3개 사업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반면 한국은 아직 단 하나의 프로젝트도 확정하지 못했으며, 2029년 1월 마감 시한 전에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시간은 흘러가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지적했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