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과학인재 빨아들이는데 美는 내쫓아…사람 경쟁서 지고 있다

中 대학 급여·연구지원 확대…해외 석학 잇단 합류
美 비자 규제·연구비 삭감…NYT "기존 우위 잠식"

미국과 중국 국기.<자료사진>.2025.4.10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중국이 자금과 연구 인프라를 앞세워 세계 과학 인재를 끌어모으는 반면, 미국은 비자 규제 강화 등으로 인재 경쟁력을 스스로 약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중국은 과학 인재를 찾고 있다. 미국은 그 일을 더 쉽게 만들어주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의 막대한 자금과 미국의 각종 제약이 맞물리며 인재를 둘러싼 힘의 균형이 변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NYT는 미국이 여전히 과학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목적지라고 평가했다. 다만 "연구비 삭감과 제한적인 이민 정책, 중국계 과학자들에 대한 경계가 미국의 우위를 잠식하고 있다"며 중국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문샷AI 창업자 양즈린을 꼽았다.

양즈린은 2019년 미국 카네기멜런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당시 미국에서도 다양한 기회가 있었지만 현지에 남지 않고 중국으로 돌아가 문샷AI를 창업했다.

문샷AI는 지난 7월 오픈소스 AI 모델 '키미 K3'(Kimi K3)를 공개했다. NYT는 키미 K3가 미국의 최상위 모델에 근접한 성능을 내면서도 비용은 더 낮다고 평가했다.

양즈린의 박사과정 지도교수였던 루슬란 살라후트디노프 카네기멜런대 교수는 "미국은 여전히 아주 큰 우위를 갖고 있다. 최고의 인재들이 온다"면서도 "중국은 더욱 매력적인 곳이 될 것이며 AI 분야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매우 분명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해외 석학 영입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노벨화학상을 공동 수상한 오마르 야기는 미 캘리포니아대 버클리(UC버클리)를 떠나 중국 칭화대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AI를 활용해 신소재 발견을 가속하는 연구소를 이끌 예정이다.

NYT에 따르면 지난해 이후 중국 본토와 홍콩 대학들은 서방 연구기관에서 활동하던 저명한 수학자 최소 8명을 영입했다.

올해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 수상자인 왕훙과 공동 연구했던 조슈아 잘도 난카이대 전임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 인공지능 회의에서 문샷의 '키미 K3' 모델 홍보 부스. 2026.7.17 ⓒ 로이터=뉴스1
'자금력' 앞세운 中, 과학인재 유치전 가속…美는 스스로 강점 훼손

중국의 인재 유치 경쟁력이 높아진 배경에는 자금력이 있다.

중국 과학기술 정책을 연구하는 둥제린은 과거 해외에서 귀국한 과학자들이 경제적인 희생을 감수해야 했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고 NYT에 설명했다. 중국 대학들이 유럽 대학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의 급여와 후한 이주 지원책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중국 학계가 젊은 연구자들에게 충분한 연구 자율성과 실패를 허용하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과제로 꼽힌다.

NYT는 중국이 연구비와 연구 인프라 측면에서는 빠르게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젊은 연구자가 성장하는 데 필요한 자유와 신뢰, 제도적 안정성은 여전히 미국의 강점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미국의 최근 정책이 이런 강점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5년 미국이 외국인 학생들에게 발급한 비자는 전년보다 약 3분의 1 감소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외국인 유학생의 체류기간을 제한하는 규정도 확정했다. 기존 체류기간을 넘기려면 별도로 연장 신청을 해야 한다.

연방정부의 연구비 삭감도 미국의 인재 경쟁력에 부담을 주고 있다.

필즈상 수상자인 테런스 타오 UCLA 교수는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의 UCLA 연방 지원 중단으로 자신의 연구비와 소속 연구소가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갑작스러운 연구비 중단이 여러 해에 걸친 연구를 흔들고 연구자들의 제도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타오 교수는 "최고의 인재들이 지난 수십 년간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자동적으로 미국에 유입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