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과학협력'도 위축…"韓·싱가포르 연구허브 부상"

홍콩 SCMP 보도

미국 성조기와 중국 오성홍기 일러스트. <자료사진>.2025.03.20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내달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미국이 중국과의 과학·기술 분야 협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양국의 오랜 과학협력도 위축되면서 한국과 싱가포르 등 제3국이 새로운 국제 연구 허브로 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미국은 최근 연방정부 자금이 투입되는 연구에서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 기관과의 협력을 제한하는 조치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미 국방부가 지난달 중국 명문대인 푸단대와 상하이교통대 등을 이른바 '문제 활동'에 관여한 외국 연구기관 명단에 새로 포함한 것을 들 수 있다. 이번 조치로 이들 기관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기초연구에는 국방부의 자금 지원이 금지된다.

이렇듯 미중 간 전략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오랫동안 유지돼 온 과학 분야 협력마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과학 협력은 환경·보건 분야와 함께 양국 관계의 몇 안 되는 장기적인 연결고리로 평가돼 왔다.

표면적으로 과학 협력의 제도적 틀 자체는 유지되고는 있다. 미중 양국이 1979년 처음 체결한 '과학기술협정'(STA)은 2024년 말 갱신됐다. 하지만 실제 연구 현장에서는 각종 자금 지원 제한과 안보 규제가 확대되면서 양국 간 협력 공간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다음 달 워싱턴에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3일 양국이 갈수록 첨예해지는 관계를 관리하기 위한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시점에 과학 분야의 협력 공간은 오히려 좁아지고 있다고 짚었다.

미중 과학협력은 수년 전부터 감소세를 보여왔다. 미 국립과학재단(NSF)과 클래리베이트 등의 자료에 따르면 미중 연구자가 공동 저자로 참여한 논문은 2017~2019년 정점을 찍은 뒤 약 20% 감소했다.

특히 인공지능(AI)과 첨단공학, 통신, 양자기술 등 전략적으로 민감한 분야에서 감소 폭이 컸다.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는 중국의 국제 공동연구 가운데 미국 연구자가 참여한 비율이 2016년 절반에 가까운 수준에서 최근 25%를 조금 웃도는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추산했다.

이처럼 미중 양국 간 과학협력이 줄어들면서 한국과 싱가포르 등 제3국이 새로운 국제 연구 거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 싱크탱크 퀸시연구소의 데니스 사이먼 선임연구원은 한국과 호주, 캐나다, 인도, 스위스, 유럽연합(EU) 일부 지역 등이 다극화하는 국제 연구 체계에서 새로운 연구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SCMP는 한국이 연구 허브로 부상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배경이나 사례는 별도로 제시하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가장 뚜렷한 수혜국으로는 싱가포르가 꼽혔다. 정치적 중립성과 영어권 대학, 높은 수준의 지식재산권 보호, 비교적 예측 가능한 규제 환경 등이 강점으로 평가됐다.

이 같은 여건을 바탕으로 미국과 중국 기업 모두의 연구개발 활동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사이먼 선임연구원은 싱가포르가 "(미중) 양국 모두에 과학적으로 개방된 생태계를 의도적으로 조성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같은 제3국들이 미중 과학협력을 그대로 대체하기보다는 과거 직접 협력했을 양국 연구자들을 연결하는 '다국적 허브' 역할을 점차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ntiger@news1.kr